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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건강칼럼] ‘트리플데믹’…독감·코로나19·RSV

이미지 출처 워싱턴 한인방송

요즘 독감(influenza)을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가 기승을 부리는 이른바 ‘트리플데믹’ 위협이 엄습하고 있다. 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 감염은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연구팀에 따르면, 독감이나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염 후 몇 주 동안 심장마비(心臟痲痺)나 뇌졸중(腦卒中) 같은 심혈관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약 5배 높았다. 현재까지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백신 접종이 권장되고 있으며, 예방접종은 심혈관 환자의 심장마비 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영유아와 고령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RSV는 인플루엔자(독감), 코로나19와 함께 4급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된다. 감염 시 건강한 성인은 대부분 자연 회복되지만, 60세 이상 고령자나 심장·폐 등 기저질환자는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영유아에게는 폐렴(肺炎), 모세기관지염 등을 일으키며, 영유아 병원 입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RSV는 인플루엔자 다음으로 치명률(致命率)이 높은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RSV 폐렴 환자는 1만6,255명이었다.

바이러스 감염은 바이러스(virus)가 인체 세포 안으로 침입해 증식하면서 발생한다.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숙주(宿主) 세포의 기능을 이용한다. 감염 증상은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인후통, 기침, 콧물, 피로감, 식욕 저하 등이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인플루엔자가 2020년 2월부터 2022년 봄까지 거의 유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2년 가을부터 2024년 여름까지 장기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독감에 걸렸다. 독감이 크게 유행할 때는 전 국민의 약 10%인 500만 명이 감염된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체로 12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A형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는데, 올해도 A형 인플루엔자가 기승을 부리며 시기가 비슷해졌다. 다만 코로나19 이전보다 환자 수가 더 많다는 점이 다르다. 독감 바이러스는 계속 변이하므로 여러 번 걸릴 수 있다. 현재 ‘신종플루’로 불렸던 H1N1과 ‘홍콩독감’이라 불린 H3N2가 함께 유행 중이다.

독감(毒感)은 감기 증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질환이다. 독감은 일반 감기보다 콧물, 기침, 인후통 등의 국소 증상보다 발열, 근육통, 두통 같은 전신 증상이 훨씬 뚜렷하다.

인플루엔자에 감염되면 초기에는 고열과 심한 근육통이 나타나며, 이어 콧물·기침·인후통 증상이 동반된다. 합병증(合倂症)이 생기면 발열 기간이 길어지고 가래가 누렇게 변하면서 폐렴이 발생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자체로 폐렴이 생기기도 하고 세균성 폐렴이 합병되는 경우도 많아 환자가 급증한다.

올해 독감 백신 접종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 4가(價) 대신 3가 백신이 사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몇 년간 사라진 야마가타 바이러스를 제외하고 3가 백신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3가 백신은 A형 두 종류(H1N1, H3N2)와 B형 한 종류(빅토리아)를 기반으로 제조된다.

올해 국가예방접종사업으로 공급되는 독감 백신은 GC녹십자의 ‘지씨플루’,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셀플루’, 보령의 ‘보령플루백신’, 사노피의 ‘박씨그리프’, 일양약품의 ‘일양플루백신’, 한국백신의 ‘코박스플루PF’ 등 6종이다. 유료 접종 가격은 병·의원별로 1만2천 원에서 4만 원까지 다양하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이다.

독감 예방주사는 건강할 때 맞아야 효과가 가장 높다. 열이 나거나 몸살이 심할 때, 혹은 기침·오한 등 급성 증상이 있을 때는 잠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병관리청은 “중등도 이상의 급성 질환자는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접종을 연기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이는 접종 후 부작용 구분이 어렵고 면역 반응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지난해 JN.1 계열이 주류였으나 올해는 XEC 변이가 유행 중이다. 대한의사협회 감염병대응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37주차(9월 7~13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병원급 의료기관 주간 입원 환자 수가 11주 연속 증가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은 30.8%로 나타났다.

2025년 37주차까지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 중 65세 이상이 전체의 60.9%를 차지했다. 이어 50~64세 17.7%, 19~49세 10.4%였다. 고령층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하기 쉽다. 만성질환을 지닌 고령자의 코로나19 사망률은 독감보다 약 3배 높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도 독감 백신처럼 매년 접종이 필요하다. 기존에 백신을 맞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예방 효과가 감소하고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65세 이상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 모두 무료 접종 대상이다. 두 백신은 양팔에 동시에 접종할 수 있다.

RSV 잠복기는 2~8일이며, 재채기·코막힘·콧물·발열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해 빈호흡과 청색증 등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치료는 보존적 요법이 우선이며, 입원한 유아에게는 리바비린(Ribavirin) 흡입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위험군 소아에게는 유행 기간 면역글로불린 주사나 표적 항체 주사가 시행된다. 2024년 12월 RSV 백신 ‘아렉스비(AREXVY)’가 승인되었으며, 접종은 유료로 30만 원 수준이다.

독감 무료 예방접종은 생후 6개월부터 13세까지의 어린이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9월부터 시작되었으며, 65세 이상 고령층은 10월부터 진행 중이다. 독감 유행주의보가 10월 17일 발령됨에 따라 백신은 가급적 빨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 예방접종 후 항체(抗體)가 형성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린다.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실내 환기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평소 충분한 수면(7~8시간), 스트레스 관리, 균형 잡힌 식사, 충분한 수분 섭취, 비타민 C·D가 풍부한 음식,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강화해야 한다.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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