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이 있어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기적으로 심전도(Electrocardiogram, ECG)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심전도란 피부에 부착한 전극을 통해 심장의 전기 신호를 포착해 그래프로 기록하는 검사다.
심장(Heart)은 가슴 중앙에서 약간 왼쪽에 위치한 근육 기관으로, 크기는 주먹 정도다. 온몸에 혈액을 보내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펌프 역할을 한다. 정상인은 심장이 뛰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부정맥 환자는 맥박이 건너뛰거나 너무 빨라질 때 심장 박동을 자각하며 두근거림을 호소한다.
부정맥(Arrhythmia)은 말 그대로 ‘심장이 규칙적 박자로 뛰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에서 생성된 전기 신호나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기거나 비정상 신호가 발생하면 수축이 규칙적으로 이어지지 못해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불규칙해진다.
심전도는 다양한 순환기 질환 진단에 이용되는 검사 중 가장 널리 활용된다. 정확하고 간단하며 재현성이 높아 반복 기록이 가능하고, 비침습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부정맥과 관상동맥질환(심장동맥질환) 진단에 가장 많이 사용된다.
부정맥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한 번의 ECG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이때 일상생활 중에 기록되는 심전도가 도움이 된다. 일정 기간 심전도를 연속 기록하는 홀터(Holter) 모니터링이 대표적이다. 홀터 장비는 여러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24시간 심전도 기록이 가능하다.
홀터는 환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심장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기기로, 가슴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신호를 감지한다. 24시간 동안 활동·휴식·수면 중 나타나는 심장 이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표준 12유도 심전도는 가슴 전면 6개 전극과 사지 전극을 부착하여 검사한다. 홀터 검사나 사건기록심전도는 가슴 전면에 전극을 부착한 후 휴대용 기록기를 착용한 채 귀가해 정해진 기간 동안 심전도를 기록한다. 검사 기간 중 발생한 증상이나 상황을 일기처럼 기록해두면 분석 시 참고된다.
검사 소요 시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표준 12유도 심전도는 5~10분, 홀터 검사는 24~48시간, 사건기록심전도는 7~28일 부착이 가능하다. 운동부하 심전도는 약 20분이 소요되며, 운동 중 심장에 부하가 가해졌을 때의 변화를 통해 심장질환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
심전도 검사가 필요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불규칙한 맥박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뛰는 느낌, 혹은 건너뛰는 느낌 ▲흉통 또는 답답함 ▲운동 시 가슴 조임 ▲갑작스런 어지러움·실신 경험 ▲고혈압·당뇨·고지혈증·비만 등 심혈관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 등이다.
심장의 박출 기능은 전기 자극이 심근세포에 전달되면서 이루어진다. 심장에는 전기 자극을 생성하는 조직과 이를 전달하는 전도 조직이 있어 분당 60~100회의 전기 신호를 만들어낸다. 이 신호가 정상적으로 전달되면 심장의 수축과 이완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신체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게 된다.
부정맥은 이러한 전기 신호의 생성·전달 이상으로 발생한다. 원인은 ▲선천성 심장 기형 ▲유전성 부정맥증후군 ▲심근경색·고혈압·심근병증 등 다른 심장질환 ▲갑상선 질환 ▲고령 ▲수면무호흡증·비만 ▲흡연·음주·카페인 등이 있다.
부정맥의 증상은 종류와 중증도에 따라 다양하다. 경미한 두근거림부터 흉통, 실신, 심지어 돌연사까지 발생할 수 있다. 혈액 박출량이 감소하면 호흡곤란·현기증·실신 등이 나타나며, 무수축·심실빈맥·심실세동 같은 악성 부정맥은 즉시 심장 기능이 마비돼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는 원인과 중증도에 따라 다르다. ▲금연·절주·카페인 감소 등의 원인 교정 ▲약물치료(베타차단제·칼슘길항제·항부정맥제) ▲제세동기 및 삽입형 제세동기(ICD) ▲전극도자 절제술(부정맥 발생 부위 시술) ▲외과적 절제술 ▲항혈소판제·항응고제(혈전 예방) 등이 사용된다.
제세동기(defibrillator)는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장치다. 자동제세동기(AED)는 비의료인도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으며 음성·시각 안내가 제공된다. 공항·쇼핑몰·학교 등 공공장소에 비치돼 있어 누구나 긴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다.
부정맥은 종류에 따라 경과도 다르다. ▲치료 없이 경과관찰만으로 충분한 부정맥 ▲시술로 완치 가능한 부정맥 ▲완치는 어려워 약물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경우 ▲인공 심장박동기·제세동기 등 기구를 이식해야 하는 경우 등 치료 방향이 다양하다.
매년 11월 11일은 대한부정맥학회가 지정한 ‘하트 리듬의 날’로, 두 손가락으로 맥을 짚는 모습에서 착안해 건강한 심장 리듬을 지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금연과 절주, 카페인 섭취 절제, 체중 관리가 중요하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의 지병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이는 부정맥 예방은 물론 증상·합병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