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등 공영방송 재원 구조, 기자·PD 제작자율성 좌우”

<재원 구조가 콘텐츠를 결정한다: 공영방송 콘텐츠 경쟁력의 전제조건> 세미나 열려
10월 18일(토) 성균관대학교에서 한국언론학회 세션 발표회 진행
TV수신료 내 ‘교육계정’ 신설 및 ‘플랫폼 공익기여금’ 제도화 등 공영방송의 바람직한 재원 모델 제시
한국언론학회(회장 배진아)가 지난 18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재원 구조가 콘텐츠를 결정한다: 공영방송 콘텐츠 경쟁력의 전제조건> 세미나를 개최했다.
방송의 ‘재원 구조’가 외부 압력 및 경영진의 통제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하는 ‘제작 자율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EBS와 같은 공영방송의 경우, 공적 재원, 그중에서도 정부 및 정책기관의 영향을 받지 않은 ‘독립적인’ 공적 재원이 바탕이 되어야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제작 환경 마련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한국언론학회(회장 배진아)는 지난 18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재원 구조가 콘텐츠를 결정한다: 공영방송 콘텐츠 경쟁력의 전제조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윤장열 국립부경대 교수와 EBS 신삼수 박사의 발표 및 관련 연구자들의 토론을 통해,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가 콘텐츠의 제작 자율성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 공영방송 재원 구조 개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공영방송 재원 형태가 제작자율성에 미치는 영향 탐색: 국제 비교를 통한 함의 도출>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은 EBS 신삼수 박사는 “영국 BBC, 독일 ZDF, 한국 EBS, KBS 등 총 11개의 국내 및 해외 공영방송사를 분석한 결과, 공영방송의 재원충당모델이 프로그램 제작자율성 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TV수상기 소유 여부와 관계없이 TV수신료를 모든 가구와 사업장이 분담하는 ‘방송분담금’ 형태로 혁신한 독일의 경우, 공영방송 프로그램의 독립성 및 다양성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 공영방송 ZDF의 ‘Frontal 21’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며, 마찬가지로 독일 공영방송 ARD는 드라마, 음악, 문화, 시사, 다큐, 탐사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 및 소재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 신 박사의 설명이다. 신삼수 박사는 “반대로 최근 미국 CPB(공영방송공사) 연방 예산 전면 삭감 및 폐쇄로 공적 예산이 크게 축소된 공영방송 PBS는, 프라임타임의 신규 편성을 축소하는 조치를 단행했다”고 지적했다. 신 박사는 “현재 미국 PBS는 대규모 프로젝트의 중단 및 외주 제작 30% 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수익을 위해 구독형 스트리밍, OTT와의 제휴를 확대하면서 ‘공영방송이 상업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삼수 박사는 “그간 TV수신료 등 공영방송 공적 재원에 대해 양적으로만 접근했다면, 이제는 재원 구조가 실제 공영방송 제작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질적으로’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에 있어 공적 재원이라고 해서 다같은 공적재원이 아니며, 공적재원의 ‘성격’ 역시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디지털 교육 콘텐츠 확대와 재원의 정당성 고찰: 공공재화의 안정적인 생산과 분배를 위하여>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은 윤장열 국립부경대 교수는 “최근 EBS의 재원 현황을 살펴보면, 교육부 국고보조금 등 정부 정책에 의존하는 형태의 공적재원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EBS 재원 구조의 변화를 “‘시장형 공영방송’에서 ‘정책형 교육기관’으로의 재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에 따른 공적 재원 비중의 확대는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무를 강화하는 효과를 내지만, 동시에 재정의 국가 종속성을 심화시켜 장기적 혁신 투자와 프로그램 독립성을 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장열 교수는 “EBS가 디지털 시대의 공공교육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예산 확대가 아닌, ▲안정적이고 반복가능한 공적재원의 제도화, ▲자체 수익원의 다각화, ▲콘텐츠 투자 확대를 통한 공공성과 자립성의 균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장열 교수는 공영방송에 있어 가장 독립적인 공적 재원인 ‘TV수신료’에 대해서는, “‘교육’과 ‘방송’은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사회적 자원이기에 교육공영방송에게 ‘TV수신료’는 단순한 이용료가 아닌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분담금’의 형태여야 한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TV수신료를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공성을 위해 분담하는 ‘방송분담금’ 형태로 개혁한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며, “디지털 시대에 공공성을 가진 교육 콘텐츠, 방송 콘텐츠를 공공재화로 간주해 이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EBS의 재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장열 교수는 향후 EBS의 재원 모델로 ▲수신료 내 ‘교육계정’의 제도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공익기여금 제도화, ▲매칭펀드 및 성과연동 보조 확대를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는 “지식을 특정 대상에게 전파하는 것이 목적인 ‘교육’의 특성상, 타깃을 분명히 해서 전달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EBS는 더 적합한 방송”이라며, “‘TV수신료를 올리면 콘텐츠의 질이 좋아질 것이다’, 혹은 ‘콘텐츠의 질이 좋아야 TV수신료를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는 식의 논의가 반복되는데, 결국은 공영방송 콘텐츠의 품질이 공적 재원 확보에 있어 중요한 핵심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형 성균관대 교수는 “공영방송의 보편적 서비스를 ‘모든 이가 공평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으로 접근해, 공적 재원인 TV수신료의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의 개입 및 외부 간섭의 여지를 주는 불안정한 공적 재원이 아닌, TV수신료와 같은 안정적인 공적 재원을 통해 제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공영방송에 공적 재원을 투여하는 데 있어서 ‘다수성’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문제는 공영방송이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이 ‘다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교육’은 특정 계층에게만 작용하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다수성 확보의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다수성과 보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EBS가 제공하는 ‘교육’의 성격을 학교교육만이 아닌, 평생교육, 시민교육 등의 방향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사회는 문철수 한신대 교수가, 발제는 윤장열 국립부경대 교수, EBS 신삼수 박사가, 토론에는 권오상 디지털미래연구소 대표, 김소형 성균관대 교수,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가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