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IT-과학칼럼

[박명윤 건강칼럼] “치매, 씨앗 단계에서 막아라”…고강도 걷기·조기 진단이 ‘열쇠’

고강도 걷기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ADI)가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World Alzheimer’s Day)’이다. 올해 캠페인 주제는 ‘치매와 알츠하이머에 대해 질문하세요’(Ask about dementia, Ask about Alzheimer’s)로, 여전히 치매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오해하는 일반 대중(80%)의 낮은 인식 수준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9월 21일을 ‘치매극복의 날’로 정해 치매 관리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치매 극복을 위한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법정 기념일로 지정했다.

치매는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으로, 대한치매학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성인 응답자의 90%가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치매는 환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과 주변인의 돌봄 부담, 사회경제적 비용도 막대하다.

2023년 기준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약 2,639만 원이며, 같은 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에 대한 국가 치매관리비용은 약 24조 6천억 원으로 조사됐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국가 치매관리비용은 2070년 약 215조 2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한국형 치매 선별검사(KDSQ: Korean Dementia Screening Questionnaire)>이다. 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인지기능장애 평가 도구로, 아래 15개 문항에 대해 ‘아니다(0점)’, ‘가끔 그렇다(1점)’, ‘자주 그렇다(2점)’로 점수를 매겨 총 6점 이상이면 ‘경도인지장애’로 보고 정밀검사를 권한다.

△오늘이 몇 월이고 무슨 요일인지 잘 모른다. △자신이 놓아둔 물건을 찾지 못한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한다. △약속을 해놓고 잊어버린다. △물건을 가지러 갔다가 잊고 그냥 온다. △물건이나 사람의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아 머뭇거린다. △대화 중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반복해서 묻는다. △길을 잃거나 헤맨 적이 있다. △예전보다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성격이 이전과 달라졌다. △세탁기, 전기밥솥 등 익숙한 기구 사용이 서툴러졌다. △예전보다 집안 정리정돈을 잘 하지 못한다. △상황에 맞게 스스로 옷을 고르지 못한다.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 목적지에 가기 어렵다. △내복이나 옷이 더러워져도 갈아입지 않으려 한다.

최근 치매 치료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치매 씨앗’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속도전’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치매 단계에 도달한 후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단계에서 치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조기에 찾아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진행을 막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마치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병소(病巢)를 미리 찾아 제거하는 것과 같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제적으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와 같은 항체 치료제가 다양하게 개발되며, 베타아밀로이드 축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PET-CT가 보편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 대한 항체 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치매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은 치매 발병 10~15년 전부터 뇌에 베타아밀로이드(Amyloid-Beta)라는 독성 단백질이 쌓이며 시작된다.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 간 소통을 방해하고 세포를 파괴한다. 가장 먼저 손상되는 부위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다.

알츠하이머병이 의심될 경우, 방사선 노출 없이 검사할 수 있는 ‘알츠하이머질환 표지자 검사(CSF 검사, Cerebrospinal Fluid)’가 권장된다. AI(인공지능)와 바이오 기술은 치매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AI 기반 신약 개발, 혈액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 뇌혈관 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 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또한 단백질 축적을 억제하는 백신 연구도 본격화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정신질환과 치매를 별개의 질환으로 인식하지만, 두 질환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불안장애, 수면장애, 양극성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을 함께 앓는 사람일수록 치매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두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단일 질환자보다 치매 위험이 4배, 세 가지 이상을 가진 경우는 11배까지 높아진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특정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해마와 전두엽의 위축, 뇌혈류 감소 등 신경학적 변화를 수반한다. 이 변화가 지속되면 뇌의 회복력(신경가소성)이 떨어져, 인지 기능과 기억력, 판단력이 급격히 저하되며 결국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신질환은 대부분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이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대표적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은 단기적으로 생존 반응을 돕지만, 장기적으로 과다 분비될 경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위축과 신경세포 손상을 초래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은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이는 기억력 감퇴와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운동이 뇌 건강에 좋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최근 연구를 통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구체적인 걷기 요령이 밝혀졌다. 핵심 기준은 ‘일주일에 360분, 고강도로 걷기’이다. 단순한 산책이 아닌 고강도 걷기가 뇌혈류 개선에 직접적인 효과를 주며, 일주일 6일, 하루 1시간 정도 빠르게 걷는 수준이 이상적이다.

치매는 뇌세포가 손상되거나 사멸하면서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뇌혈류 감소이며, 고강도 걷기는 이를 직접적으로 개선한다. 숨이 차고 심박수가 오르는 정도의 빠른 걸음은 전신 혈액순환을 촉진해 뇌로 공급되는 산소와 영양분을 늘려준다. 연구 결과, 고강도 걷기를 꾸준히 실천한 사람은 기억력·집중력·판단력 등 인지 기능이 더 오래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운동을 통해 해마의 혈류와 신경세포 연결이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강도 운동은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 Derived Neurotrophic Factor)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물질은 기억력 유지와 신경 재생에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치매 가이드북’에 따르면, 일주일 3회 이상 운동, 매일 균형 잡힌 식사, 독서, 금연, 절주, 뇌 손상 예방, 가족·친구와의 소통, 치매 조기 검진 등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매는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