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IQ·EQ를 넘어 HQ(건강지능)이 바꾸는 새해 건강관리

AI 생성 이미지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연구팀은 2026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HORSE POWER’를 제시했다. 이 전망은 AI(인공지능)가 촉발하는 사회와 소비의 구조적 변화를 중심에 두고, 특정 상품의 유행 예측을 넘어 기술이 인간의 삶과 선택 방식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2026년 10대 키워드를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이 분명해진다.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는 자동화가 고도화되더라도 최종적인 가치 판단과 책임은 인간에게 있음을 강조한다. ‘제로 클릭(Zero-click)’은 사용자가 검색을 시작하기도 전에 AI가 답을 제시하면서 선택 과정 자체가 축약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와 함께 주목받는 개념이 바로 ‘건강지능(HQ)’이다.

김난도 교수팀이 정의한 건강지능(HQ, Health Quotient)은 개인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고, 관련 정보를 탐색·판단해, 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활용하며 자기 관리를 실천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지식 습득 능력을 중시하던 IQ(Intelligence Quotient), 공감과 소통을 강조한 EQ(Emotional Quotient)에 이어,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는 역량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는 문제의식이다.

건강지능 개념은 해외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AI 기술 발전으로 심박수, 수면 패턴, 혈당 변화 등 개인의 생체 데이터가 일상적으로 축적되면서, 이를 해석하고 행동 변화로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학계에서는 디지털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건강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능력을 ‘디지털 건강 문해력(Digital Health Literacy)’으로 개념화하며, 이것이 자기관리 능력과 삶의 질과 연관된다고 보고 있다.

건강지능은 단순히 ‘건강에 신경 쓰는 태도’를 넘어선다.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과학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하며, 필요할 경우 의약품이나 의료 기술을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포괄적 역량을 뜻한다. 치료 중심의 건강관리에서 벗어나, 예측과 설계를 중시하는 보다 능동적인 관리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과거 건강관리가 질병 발생 이후의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데이터 기반 예측과 최적화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건강지능은 신체·정신·생활환경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개인에게 적합한 건강 전략을 실행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바이오센서 등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심박수, 수면의 질, 활동량, 스트레스 지표 등이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여기에 AI가 결합되면서 단순한 숫자는 의미 있는 조언으로 전환된다. 건강은 더 이상 ‘느낌’이나 ‘경험’에만 의존하는 영역이 아니라, 분석과 예측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A씨는 매일 아침 단순한 알람 대신 전날의 수면 데이터와 심박 변동성을 분석해 가장 컨디션이 좋은 기상 시점을 안내받는다. 점심시간에는 혈당 변화와 활동량을 고려한 식단 가이드가 도착하고, 오후에는 집중력 저하가 예상되는 시점에 맞춰 휴식이나 스트레칭 알림이 제공된다. 건강관리가 일상의 한 요소가 아니라, 일상을 설계하는 기준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B씨는 팔에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부착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혈당 변화를 확인한다. 그는 “과거에는 체중 감량을 위해 무작정 식사를 줄였지만, 혈당 변화를 보면서 식사 내용과 조리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같은 고구마라도 조리 방식에 따라 식후 혈당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건강지능은 식단 관리나 운동, 정신 건강 관리 등 일상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의약품이나 의료 시술 등 현대 의학 기술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합리적 판단에 기반한다면 건강지능의 범주에 포함된다. 핵심은 무분별한 선택이 아니라 정보에 근거한 의사결정이다.

이 개념은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과 사회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직원 건강 데이터를 익명화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무 환경이나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특정 부서의 피로도가 높게 나타날 경우 휴식 제도를 도입하거나 업무 방식을 조정하는 식이다. 건강은 복지를 넘어 생산성과 조직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주한 교수는 개인 의료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헬스 아바타’ 개념을 제시하며, 분산된 건강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스마트 헬스케어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개인 진료정보, 유전체 정보, 일상생활 기록(라이프로그)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개인 건강 데이터를 설명하며, 맞춤의학은 이 데이터들의 차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진단과 치료 전략을 세우는 접근이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건강지능 시대의 핵심 키워드를 ‘예방과 최적화’로 요약한다.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비용보다, 위험 신호를 사전에 감지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동시에 개인은 자신의 몸과 생활 패턴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무엇을 먹고, 어떤 환경에서 생활할 때 컨디션이 좋아지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건강지능(HQ)은 2026년을 대표하는 주요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방대해지는 건강 정보 속에서 개인이 스스로의 건강을 현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헬스 테크놀로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함께, 건강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관리와 웰니스 경영이 확산되면서 건강지능의 의미는 앞으로도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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