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이어도문학상 권천학 시인 대상…금상 배진성, 은상 황성구·고길선, 동상 최문규·이서은·오혜정·유병란, 애국상 이영하

해양 영토 ‘이어도’를 노래한 문학의 향연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대한민국 해양 영토의 상징이자 신화와 현실이 교차하는 섬, 이어도를 주제로 한 제6회 이어도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이어도문학협회가 주관한 이번 공모전은 “이어도의 가치 확산과 미래지향적 의미 발견”을 목표로 공모, 대상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활동하는 권천학 시인의 시 ‘희망의 섬 이어도’에게 돌아갔다.시상식은 오는 11월 15일 오후 3시 서울 충무로 ‘문학의 집’에서 열린다. 허형만 시인과 김왕식 평론가가 본심 심사를, 김남권·이희국 시인이 예심을 담당했다. 수상자는 대상 1명, 금상 1명, 은상 2명, 동상 4명, 애국상 1명 등 총 9명이다.
권천학 시인 ‘이어도는 세계로 나가는 문’
권천학 시인은 1946년생으로 199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이후 <여성중앙>, <여원>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이어왔다. 월간 <어머니> 편집장을 지냈으며,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국제 PEN 한국본부 해외동포작가상, 코리아타임스 현대문학번역대회 수상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시집으로는 「사랑의 아포리즘」, 「고독 바이러스」 등이 있다. 권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막힌 반도가 아니라, 사방팔방 세계로 나가는 길이자 마당임을 시로 각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바다와 단절된 ‘외톨이 반도삼천리’라는 인식을 바꾸고, 이어도를 통해 한국 문학이 세계와 만날 수 있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권 시인은 “인생 3모작을 시작하는 시점에 이어도문학을 다시 쓰게 되었고, 이어도문학상까지 받게 돼 더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또한 심사위원인 허형만 시인과의 개인적 인연을 회상하며 “젊은 시절 진단시동인 활동 중 발표한 시 ‘징’을 읽은 허 시인이 목포 앞바다에서 전화를 걸어와 파도소리와 함께 징의 울림에 감동받았다”고 말해준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문학적 공감은 시인의 평생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소회를 덧붙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수상 발표 직후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상황에서 휴대전화로 소감을 전하며, “저 대신 이희국 회장님께 박수를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금상 배진성, ‘시와 바다를 잇는 인연’
금상은 ‘노인성이 유숙하는 섬’을 출품한 배진성 시인에게 돌아갔다. 그는 1966년생으로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연이어 당선되며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은상은 고길선(‘이어이어 이어도ㅎ다’), 황성구(‘푸른 약속, 사람의 섬’)에게, 동상은 최문규(‘이어도는 한반도의 연리지다’), 이서은(‘이어도 체류기’), 오혜정(‘내 곁의 이어도’), 유병란(‘그 섬에 당신이 있습니다’)에게 돌아갔다. 또한 애국상은 이영하 시인의 ‘그 섬은 말이 없었다’가 선정됐다.
“이어도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미래 비추는 거울”
심사위원들은 “이어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과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라며 “시인들의 다양한 시선과 상상력이 이어도의 의미를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특히 대상작 ‘희망의 섬 이어도’는 “‘바다를 마당으로 여기는 시적 발상’과 ‘세계로 열린 한국 문학의 지향’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어도, 신화에서 문학으로
이어도는 제주 남쪽 149km, 수중 암초 위에 형성된 신화적 공간이다. 옛 제주 어민들에게는 영혼이 머무는 섬으로 전해졌고, 현대에 와서는 해양 영토와 주권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어도문학상은 이러한 역사성과 상징성을 문학적으로 계승·확장하는 자리다. 올해 수상작들은 바다의 영속성과 인간의 희망, 자연과 문명의 화합을 다양하게 노래했다. 시인들은 이어도를 단순한 지리적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상상과 기억, 화해와 약속이 교차하는 서사적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문학이 지키는 바다, 바다가 품는 문학
이번 이어도문학상은 단순한 문학 경연을 넘어, 해양 영토와 정체성 문제를 문화적 차원에서 성찰하게 한다. 이어도를 노래하는 시는 국가적 경계와 국제적 갈등을 넘어, 바다가 품는 인류 보편의 메시지로 확장된다. 권천학 시인이 강조했듯 “이어도는 막힌 반도가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는 길”이다. 문학은 그 길 위에 다리를 놓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다. 바다를 마주한 한국 문학의 가능성이 이어도에서 다시 피어나고 있다.
11월 시상식은 단순한 축하의 자리가 아니라, 한국 문학이 바다와 만나고 세계와 소통하는 자리로 기억될 것이다. 제6회 이어도문학상은 그 출발점에서 문학과 바다의 깊은 인연을 다시 확인하게 했다.
한편 이번에 은상에 선정된 황성구 시인은 이어도문학회 차기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해양물류학 박사로 부산항만공사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연구 및 기획에도 참여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