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 바이오기업 네이처셀이 줄기세포 치료제 ‘조인트스템’을 앞세워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확대 전략이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식약처의 불투명하고 높은 임상 기준이라는 현실적 장벽이 자리한다. 국내에서 반복된 좌절 끝에 결국 해외에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선택이자, 한국 바이오 규제 환경의 민낯이다.
한국 식약처에서의 반복된 좌절
네이처셀은 지난 2018년 조건부 허가, 2021년 정식 허가를 신청했으나 식약처의 반려를 거듭 경험했다. 임상 대상자를 늘리고 5년 장기 추적 데이터를 제출했음에도, 식약처는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되나 환자가 체감할 개선은 부족하다”며 ‘임상적 유의성’ 미흡을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이 기준이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예외적 잣대로 비쳤다는 점이다. 네이처셀은 결국 행정소송과 손해배상 청구에 나섰고, 식약처의 불합리한 판단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미국에서 열린 새로운 기회
반면 미국 FDA는 다른 접근을 취했다. 조인트스템은 혁신치료제(BTD)와 첨단재생의약품(RMAT)으로 지정돼 심사 절차 단축과 유연성을 확보했다. 이는 임상적 효과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치료 필요성과 안전성, 대체 수단 부재가 인정되면 허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네이처셀은 오는 11월 FDA와 EOP2 미팅을 진행한 뒤 내년 초 임상 3상에 돌입, 조건부 허가(가속승인)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 그리는 청사진
네이처셀은 플로리다·텍사스 등 주 단위 재생의료 사업을 추진하며 조기 매출을 확보하고, 메릴랜드 볼티모어에 연구·생산 거점을 구축해 현지 공급망을 마련할 계획이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 3억 달러를 투자해 ‘조인트스템’ 100만 명 분을 생산할 체계를 완성하고, 연간 100억 달러 매출과 100만 명 난치병 환자 치료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라정찬 회장은 “한국 식약처의 울타리를 넘어 미국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남은 과제와 정책적 의미
네이처셀의 미국행은 도전이자 모순이다. 한국 식약처에서는 ‘효과 부족’으로 외면받은 치료제가 미국에서는 기회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식약처의 엄격한 기준은 환자 안전과 신뢰 확보를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기업이 국내를 떠나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환경이 과연 바람직한가.
이번 사례는 한국 식약처의 제도 운영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치료 효과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글로벌 규제 기준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혁신의 문을 닫을 것인지, 환자와 산업의 희망을 함께 열어갈 것인지 한국 식약처는 선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