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시아정치사회칼럼

[발행인 칼럼] 네팔 Z세대의 외침, 개혁과 희망의 불씨로 열매 맺길

네팔 Z세대 지휘부와 신임 수실로 총리가 네팔 민주주의의 대장정에 대한 희망을 함께 외치고 있다.

네팔에서 민주주의가 다시 갈림길에 서있다. 격렬한 시위와 정권 붕괴는 단순한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젊은 세대의 좌절, 구조적 부패, 그리고 미래를 잃은 청년들의 분노가 폭발한 결과다.

정치인들은 2008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출범시키며 “부의 재분배”와 “평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그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 권력과 부는 특정 정치 세력과 기득권층에 집중되었고, 마오주의 세력도, 의회 정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결국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특히 Z세대 청년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부패와 불의를 폭로하고 새로운 정치 변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유튜브 등 SNS를 차단하며 목소리를 억눌렀고, 이 억압이 분노를 불길로 번지게 했다. 국회와 정부청사, 은행, 교도소가 불타올랐고, 수십 명이 목숨을 잃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총리의 퇴진은 시위대에게 상징적 승리였으나, 정치는 권력 공백에 빠졌다. 카트만두의 젊은 시장, 그리고 청렴으로 알려진 전직 여성 대법관이 차기 지도자로 거론되는 현상은 “과거와 단절된 리더십”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다. 시위대의 요구는 단순한 분노 표출이 아니다. 국회 해산, 주(州) 정부 폐지, 총리 직선제, 1990년 이후 모든 부패 사건의 전면 재조사 등 구체적인 제도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에도 깊은 교훈을 던진다. 한국 청년들 역시 고용 불안, 주거 불평등, 정치 불신에 시달린다.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등장한 지 오래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다. 네팔에서 벌어진 분노의 폭발이 결코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이유다. 특히 한국 사회가 청년층의 불만을 제때 해소하지 못한다면, 우리 역시 비슷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정치적 양극화와 권력 다툼, 구조적 불평등은 사회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네팔의 불길은 한국 청년들에게도 “정치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도 거리로 나설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네팔 사태는 아시아 전체에도 경고를 던지고 있다. 청년 세대의 분노는 억누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분노를 파괴가 아니라 개혁의 에너지로 전환하는 일이다. 한국 또한 청년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언제든 불안정해질 수 있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의 신뢰, 특히 미래를 짊어진 젊은 세대의 신뢰가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네팔의 위기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를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네팔 의사당 앞에서 부패 정부의 퇴진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청년들 <사진=AP/연합뉴스>

여기서 네팔의 Z세대에게 몇가지 당부한다. 첫째, 어떤 경우든 폭력은 자제하라. 폭력은 더 큰 폭력과 상처를 낳을 뿐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파괴가 아니라 설득과 제도로 완성된다. 둘째, ‘후생가외’ 정신으로 임하라. 오늘의 고난이 내일의 자양분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길게 보고 인내하며 나아가길 바란다. 셋째, 당신들이 지금 비판하고 타도하는 대상들도 불과 10여 년 전에는 네팔 개혁의 기치를 들고 출범했던 세력이었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의 개혁세력도 감시하지 않으면 내일의 부패세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넷째, 히말라야 산맥을 품은 네팔은 환경과 인간성, 자연과 문명,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특별한 땅이다. 속도에 쫓기지 말고, 더디더라도 제대로 짚어가며 세계의 롤모델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의 청년들도 이 당부를 곱씹어야 한다. 불만을 목소리로 내되, 그것이 폭력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직시하되, 미래를 잃지 말아야 한다. 절망을 토로하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미래는 결국 청년세대의 손에 달려 있다.

네팔의 위기는 한국과 아시아 전체의 거울이다. 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본다. 권력은 나눌 때 강해지고, 청년에게 희망을 줄 때 미래가 열린다. 네팔의 청년들이 분노를 개혁의 동력으로, 희망의 불씨로 바꾸어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것이 곧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청년들의 내일을 밝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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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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