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이충재 칼럼] ’20명’..이 대통령 변호인과 연수원 동기들 왜 자꾸 중용될까?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6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 연설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변호인이었던 차지훈 변호사가 주유엔대사에 임명됐다. 최근 유사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와 변호인 출신들이 주요 자리에 포진하면서 불거진 의구심이다. 여권에서는 믿을 만한 인사에게 중책을 맡기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그러나 이런 인사가 반복되면 ‘내로남불’ ‘보은인사’라는 비판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지지층 내부에서 나온다.

차 변호사의 유엔 대사 임명은 한국 외교가 어려운 환경에 놓인 시점에 이뤄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의 이력 어디에도 외교 경력은 보이지 않는다. 다자외교의 정점인 유엔 대사는 베테랑 외교관들에게 맡겨져 왔다. 차 변호사가 대통령과 사법시험·연수원 동기라는 점, 또 2020년 경기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인이었다는 경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도 외교 경험이 전무한 그를 왜 임명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논란의 인사는 더 있다.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취임한 이찬진 변호사 역시 금융 전문가가 아니고 관련 경력도 거의 없다. 그는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사회1분과장을 맡아 보건의료 정책에 관여한 바 있다. 이 변호사 또한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로 학회 활동을 함께 했으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변호인으로도 활동했다. 3년 전 윤석열 대통령이 ‘복심’으로 불렸던 이복현 검사를 금감원장에 앉혔을 때 민주당이 ‘검찰공화국’이라며 공격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 정부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제처장 인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 의혹 사건 등을 변호한 조원철 변호사가 임명됐다. 법령을 최종 심사하고 유권해석을 내리는 자리 특성상 객관성과 중립성이 필수인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징계취소 소송 대리인이자 연수원 동기였던 이완규 변호사를 법제처장으로 임명했던 사례와 겹친다.

물론 연수원 동기나 변호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대통령이 친구나 지인을 요직에 앉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위직 상당수가 경력과 전문성 없이 발탁됐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게다가 그 수준이 국민 상식을 벗어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현재까지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와 변호인 출신이 요직에 오른 인원은 20명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숫자다.

정치권 해석도 분분하다. 여권에서는 정치적 탄압을 자주 받았던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해왔다는 점을 배경으로 든다. 초대 국무위원 인사에서도 민주당에서 주목했던 의원들을 대거 발탁했던 것처럼, 다른 분야 인사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야당은 전형적인 논공행상 인사라며 대통령을 변호한 대가성, 또 임기 후 재개될 재판에 대비한 ‘방탄성 보은인사’라고 비판한다.

진보진영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 묻히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중도층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역대 정권에서도 특정 라인에 편중된 인사가 문제를 드러낸 사례가 적지 않았다. 사적 인맥에 기댄 인사는 폐쇄적 소통으로 흐르기 쉽고, 정권의 약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심은 한순간에 돌아설 수 있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변호인 중용을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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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언론인,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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