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은 단순한 자서전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신앙을 탐구한 영적 대서사시입니다. 어린 시절의 회상에서 시작해 청년기의 방황, 마니교와 철학의 영향, 그리고 회심과 세례, 어머니 모니카와의 이별을 거쳐, 마지막에는 시간과 창조, 삼위일체의 신비에 이르기까지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시리즈는 그의 삶과 사상을 따라가며, 인간의 연약함과 은총의 깊이를 동시에 보여줄 것입니다. <편집자>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은 바로 회심과 세례였다. <고백록> 제8~9권은 그가 오랫동안 방황하던 영혼의 사슬을 끊고, 드디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내적 갈등과 고뇌
밀라노에서의 생활은 점점 아우구스티누스를 진리로 이끌었지만, 그는 여전히 정욕과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두 마음 사이에 찢겨 있었다. 한쪽은 새 생명을 향해 일어나라 했고, 다른 한쪽은 옛 습관으로 돌아가라 속삭였다.”
그의 영혼은 이미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끼고 있었지만, 육체적 쾌락과 세속적 명예는 여전히 그를 붙잡았다. 그는 종종 기도했다. “주여, 저를 정결하게 하소서. 그러나 지금은 말고.” 이 기도는 그의 내적 분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진리를 원했으나, 그 대가를 치를 용기를 내지 못했다.
빅토리누스의 개종 소식
이 무렵 그는 심플리키아누스라는 경건한 신자에게서 철학자 빅토리누스의 이야기를 듣는다. 빅토리누스는 로마에서 존경받던 수사학자였고, 아우구스티누스가 존경하던 지식인이었다. 그런데 그는 노년에 기독교로 개종하고, 공개적으로 세례를 받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토록 지혜롭고 명망 높은 사람이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빅토리누스의 개종은 그에게 거대한 자극이 되었고, 그의 마음속 망설임을 흔들어 놓았다.
‘집어라, 읽어라’(Tolle, Lege)-성경을 읽어 진리를 깨달으라
그러나 마지막 걸음을 떼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극심한 내적 갈등 속에서 정원으로 나가 울부짖으며 기도했다. 그는 이렇게 기록한다. “나는 땅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쳤다. ‘주여, 언제까지입니까? 언제까지 제가 내일, 내일만을 외치며 망설이겠습니까?’”
그 순간, 그는 어린아이의 목소리 같은 환청을 들었다. “집어라, 읽어라. 집어라, 읽어라(Tolle, Lege. 성경을 읽어 진리를 깨달으라).” 그는 즉시 근처에 있던 성경을 집어 들었다. 눈에 들어온 구절은 로마서 13장 13~14절이었다.
“방탕과 술 취하지 말며, 음란과 호색하지 말며, 다투고 시기하지 말라.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
이 말씀은 그의 마음을 꿰뚫었다. 그는 즉시 정욕과 옛 습관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로 결단했다. “나는 더 이상 읽을 필요도 없었다. 빛과 평화가 내 마음에 밀려왔다. 나는 모든 의심에서 벗어났다.”
세례와 어머니 모니카의 죽음
회심 후, 아우구스티누스는 교직을 그만두고 세속적 야망을 버렸다. 그는 친구 알리피우스, 아들 아데오다투스와 함께 세례 준비를 했다. 그리고 387년 부활절 전야, 밀라노 주교 암브로시우스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는 이를 인생의 새로운 출발로 기록하며, “나는 주님의 은혜로 새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기쁨 뒤에는 깊은 슬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회심과 세례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던 어머니 모니카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오스티아 항구에서 잠시 머무르던 중, 모니카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야,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을 다했다. 이제 나는 더 바랄 것이 없다.”
며칠 뒤 그녀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어머니의 죽음을 깊이 슬퍼했지만, 동시에 그녀가 평생 기도하던 자신의 회심이 이루어진 것을 감사하며, 그녀가 주님의 품에 안겼음을 위로로 삼았다. 그는 “어머니는 나를 이 땅에 낳으셨고, 기도로 다시 태어나게 하셨다”고 기록했다.
눈물과 감사의 고백
아우구스티누스는 모니카의 장례 후 홀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그는 슬픔을 억누르려 했지만, 결국 주님 앞에서 자신의 연약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눈물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라, 감사의 눈물이었다. 그는 “주님, 저의 어머니를 데려가신 것은 슬픔이지만, 그분이 주님 곁에 계심은 기쁨입니다”라고 고백했다.
<고백록> 제8~9권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영혼의 전환점을 기록한다. 그는 정욕과 야망의 사슬을 끊고, 드디어 은혜의 빛 안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그의 회심은 단순한 지적 결단이 아니라, 전인적이고 영적인 변혁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너무 늦게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주님만이 나의 기쁨이요, 안식처입니다.”
그의 회심은 단지 한 개인의 변화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서양 기독교 신학과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이들에게 회심의 길을 보여주는 빛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