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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 수필로 담은 풍경] 서둘러 진 연꽃, 남겨진 여름

백련 <사진 이병철>

오늘은 7월 30일, 아직 7월이 하루 남아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이곳 백련지에 피어 있던 연꽃들이 모두 다 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두 다 진 가운데, 지고 있는 백련 그 한 송이만이 남아 있다.

연꽃은 보통 6월 말부터 피어나 9월 초까지도 계속 피지만, 7월과 8월이 연꽃이 가장 화려하게 피는 절정기다. 그런데도 아직 7월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 너른 백련지에 환하게 피어 있던 하얀 연꽃들이 모두 다 져버린 것이다.

여름이 일찍 찾아오고 무더위가 한꺼번에 몰아닥치면서 연꽃도 화들짝 놀라 서둘러 피어났다가, 결국 서둘러 져버리고 만 것이다.

먼저 피었으니 먼저 지는 것이야 어찌할 수 없겠지만, 아직 7월이고 8월과 9월이 온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데, 백련이 이렇게 서둘러 져버리다니, 이제 나의 남은 여름은 어이할 것인가.

여름 더위를 유난히 힘들어하는 나에게 그나마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여름 한철 동안 아침 연지에서 피어나는, 지상에서 핀 천상의 꽃인 이 연꽃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침 연지에 나가 연꽃을 만날 때, 홍련을 볼 때는 가능한 한 홍련만 보고, 백련을 볼 때는 백련만 보려 한다. 내가 백련과 홍련을 따로 만나려는 것은, 그 뜨거운 여름날에도 이리 맑고 서늘하게 피어나는 연꽃들에 대한 나름의 예의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최근에 내가 주로 홍련만 보고 나누어 온 것은, 백련을 덜 좋아해서도 아니고 백련지가 없어서도 아니다. 이 연지는 홍련지를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지만, 따로 만들어진 백련지도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니고, 그곳에 피는 백련들 또한 다른 곳 못지않게 풍성하다.

그럼에도 내가 그동안 주로 홍련에 집중했던 것은, 백련은 나중에 따로 만나고자 아껴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백련은 그렇게 ‘남겨둔 사랑’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백련 <사진 이병철>

백련과 홍련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가 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일 것이다. 두 색깔의 연꽃 모두 내게는 지상의 그 어떤 꽃보다도 맑고 고운 꽃이다. 한마디로 연꽃은 나에게 고귀한 꽃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으로 불리는 연꽃은 여러 종교와 깨어남을 위한 수련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다루어진다. 불교에서는 백련을 자비의 상징으로, 홍련을 지혜의 상징으로 본다고 한다.

내가 ‘지혜’와 ‘자비’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 덕목인지 말할 수 없는 것처럼, 홍련과 백련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곱고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게는 두 연꽃 모두 곱고 귀한 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홍련은 아직도 열심히 피고 있지만, 백련은 내가 아껴두고 미루어두었던 그 잠깐 사이에 모두 져버리고 말았다.

오늘 아침 백련지에서의 나의 탄식은 바로 그 때문이다. 사랑은 결코 미루어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백련이 내게 다시금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아직 8월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이 여름의 열기가 가시려면 9월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연꽃은 여름의 더운 기운 속에서 서늘히 피어나는 꽃이니, 남은 여름 동안 백련지에도 뒤늦게 꽃대를 밀어올려 그 순진무구한 하얀 꽃을 피워내는 백련이 다시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미리 만나 담아두었던 백련이 있으니, 그 꽃을 보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아침 연지에 나갈 때는 백련지에도 빠짐없이 들러 새로 피어나는 그 꽃을 떨리는 가슴으로 마중해야 하리라.

오늘 백련지에 단 한 송이만 남아 지고 있는 그 백련의 모습을 함께 나눈다.

그리고 먼저 만나 담아두었던 백련들의 자태도 이제야 나눈다. 더 이상 미루는 것의 부질없음을 알기 때문이다.그리고 먼저 만나 담아두었던 백련들의 자태도 이제야 나눈다. 더 이상 미루는 것의 부질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백련 <사진 이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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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시인, 생명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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