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슬라이드서아시아문화미디어

가택연금 중 역작 만들어낸 이란영화 거장 “창작 멈추지 않는 모든 예술가들을 위해”

이란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 <사진=AP/연합뉴스>

* 이 기사는 아시아엔 다국어판 플랫폼을 통해 공유됩니다.

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창작에 대한 억압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의지와 탁월한 결과물들을 인정받은 것이다.

자파르 파나히는 1960년 이란 미아네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란 영화계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는 첫 장편영화 ‘하얀 풍선’(1995)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는 페르시아 새해를 맞아 금붕어를 사려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파나히는 이후 ‘거울’(1997), ‘써클’(2000), ‘붉은 황금’(2003)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이란의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서민들의 삶을 풀어나갔다. 여성권 강화를 외친 ‘서클’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으나, 이란 내에서는 상영 금지 조치를 당하는 아이러니를 겪기도 했다.

가택연금도 막지 못했던 의지, ‘저항의 상징’으로 각인

2010년 파나히는 정부에 반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이란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으며, 20년간 영화제작과 관련 인터뷰는 물론 출국 금지 조치까지 받게 됐다. 그러나 파나히는 가택연금 도중에도 감독, 주연, 각본, 프로듀서, 편집을 맡은 사실상의 1인 다큐멘터리 영화인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2011)를 제작해 냈다.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는 케이크 안에 숨긴 USB를 통해 국외로 반출돼 칸영화제에도 출품되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그는 이후에도 ‘닫힌 커튼’(2013), ‘택시’(2015), ‘3개의 얼굴들’(2018)을 연출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갔다. 그 중 ‘택시’에서는 직접 택시기사로 출연해 테헤란 시내를 담았는데, 이 작품은 그에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안겨줬다.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결실이었다.

파나히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제작을 금지당했다고 해서 감독으로서의 활동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방법만 찾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유럽 3대 영화제에서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수많은 장애를 뛰어넘어온 자파르 파나히는 2025년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유럽 3대 영화제 최고상을 모두 거머쥔 최초의 아시아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런 그에게도 아시아 대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은 남달랐을 것이다. 수상이 발표된 직후 그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 상은 영화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이 상은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침묵 속에서, 망명생활 속에서, 탄압 속에서도 창작을 멈추지 않는 모든 예술가들을 위한 상이다”

자파르 파나히는 그저 재능 있는 영화인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자유와 용기의 상징이다. 파나히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이슈들을 다루면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온갖 역경을 이겨낸 그 삶을 통해 영화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증명해 왔다.

“현실 세계가 존재하는 한, 영화도 존재한다. 고통받는 이들이 존재하는 한, 전해야만 하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아시아엔 영어판: Jafar Panahi: A Brave Voice in Iranian Cinema – THE AsiaN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푸네 네다이

이란, 시인, 암루드(Amrood) 출판사 대표, 문예월간지 '쇼카란(Shokaran)' 발행인, 시집 'This Flower was brought by Gabriel' 등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