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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포비아’, 왜곡된 시선이 문명을 지운다

고대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제국 때 건축된 페르세폴리스는 페르시아 문명의 상징적인 유산으로 남아있다.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아시아엔=푸네 네다이 이란 쇼카란 매거진 편집장] ‘이란포비아’, 즉 이란에 대한 부정적이고 왜곡된 묘사가 심화되고 있다. 이란은 수천년의 문명을 보유한 나라지만, 서구의 언론과 정치적 담론에 의해 폐쇄적이고 위협적인 사회로 비춰지곤 한다. 이러한 왜곡은 인류가 마땅히 향유해야 할 이란의 문화유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란은 역사적으로 동서양이 만나는 문명의 교차로에 자리해 왔다.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부터 철학, 의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이란은 지식과 문화 교류의 가교와도 같았다. 그러나 식민 열강(서구 제국)의 서사 속에서 이란은 낯설고 위협적인 ‘타자’의 땅으로 묘사되기 시작했다. 1979년 혁명 이후 이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욱 강화됐으며, 정치권과 미디어도 이란포비아를 조장해 왔다.

이란포비아의 확산으로 이란의 문화유산마저 평가절하 당하고 있다.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찬란한 문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페르시아 최초의 대제국인 아케메네스 제국(기원전 550년~기원전 330년)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다양한 민족과 종교에 대한 관용을 제도화한 국가였다.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키루스 원통은 세계 최초의 인권선언문으로 여겨지며, 종교의 자유와 사회정의의 가치를 담고 있다.

페르세폴리스의 웅장함, 사산 왕조의 건축기술, 사막의 정교한 수자원 관리시스템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조화를 추구해 왔던 이란의 혁신이 일군 성과들이었다. 이란은 과학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의사이자 철학자인 이븐 시나(980~1037)는 유럽이 지침으로 삼고 배웠던 대학자였으며, 자카리야 알라지는 과학적 방법론의 기초를 마련해 후대 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페르시아의 가장 위대한 문인인 페르도우시(940~1020)는 페르시아의 대서사를 담은 ‘샤나메’를 통해 페르시아 민족의 정체성과 언어를 보존했으며, 후대의 이란인들에게 독립과 정의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이슬람 수피즘(신비주의)을 대표하는 문인인 하페즈(1315~1390)와 루미(1207~1273)는 수많은 사상가와 구도자들의 영감이 됐다.

이란의 현대 영화도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아스가르 파르하디, 자파르 파나히 등 이란 영화의 거장들은 칸영화제, 베니스영화제, 아카데미와 같은 내로라하는 영화제의 주요상들을 수상했다. 이들의 영화는 이란의 현실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풀어내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들은 서구 시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열정적이고 창의적이며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이란인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그러나 서구의 주류 미디어는 페르시아의 유산은 외면한 채 이란을 그저 폭력과 극단주의, 억압의 상징으로 묘사해 왔다. 이러한 왜곡은 미디어를 넘어서 학술 부문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도 이란 역사와 문화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처사는 다음 세대들이 이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이해할 기회를 앗아갈 것이다.

세계적인 이란포비아 추세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첫째, 국가 간의 오해를 조장할 것이다. 이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접해온 이들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 이란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느끼게 될 것이며, 이는 이란과 타국간의 오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 문화 간 교류가 차단됨에 따라 동서 문명의 가교가 무너질 것이다. 이란포비아는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란포비아가 심화될수록 인류는 역사를 통해 형성해온 문명과 그 유산의 커다란 부분을 상실할 것이다.

이란포비아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란 스스로의 변화도 필요하다. 문화예술 종사자, 학자, 그리고 보통의 시민들이 세계와 소통하며 있는 그대로의 이란을 전달해야 한다. 이란은 세계와 향유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이 그 문학과 철학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평화, 사랑, 정의, 인간 존엄의 가치를 공유할 때 이란은 비로소 세계와 연결될 수 있다.

푸네 네다이

이란, 시인, 암루드(Amrood) 출판사 대표, 문예월간지 '쇼카란(Shokaran)' 발행인, 시집 'This Flower was brought by Gabriel'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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