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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고백록③] “결단력 없이 불완전한 희망에 의지해 산다”고 실토

톨스토이

‘세계 3대 고백록’으로 불리는 세 권은 4세기 기독교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의 <고백록>, 그리고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참회록>이다. 시대와 문화는 다르지만, 이 세 책은 모두 인간 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자아 성찰의 깊이를 보여준다. <아시아엔>은 이들 세 사람과 저작을 먼저 소개한 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서전> 등을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편집자>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는 인생의 근본적 물음인 ‘삶의 의미’를 평생에 걸쳐 고민한 철학자이자 작가였다. 그는 50세 무렵 심각한 존재론적 고민에 빠져 자살 직전까지 몰렸을 만큼 삶의 무의미함에 깊은 절망을 느꼈다. 그러나 삶의 답을 찾기 위해 집요하게 학문과 현인들의 가르침을 탐색했지만, 명확한 해답을 발견하지 못했다.

학문, 삶의 의미에 답하지 못하다

톨스토이는 수학, 과학, 철학 등 모든 학문 분야를 샅샅이 뒤졌으나, 삶의 의미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실증적인 자연과학은 세상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설명했으나, ‘왜 사는가’라는 근본 질문에는 침묵했다. 반면 철학은 삶의 의미를 다루긴 했으나, 대부분 “알 수 없다”거나 “삶은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결론에 머물렀다. 톨스토이는 “인간이 확실히 알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은 삶의 무의미함뿐”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현인들의 인생관도 절망을 더하다

학문에 이어 톨스토이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위대한 현인들의 인생관을 탐구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쇼펜하우어, 솔로몬, 석가모니 등 철학자와 종교적 현인들은 모두 삶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는 육신의 삶을 악으로 규정하며 죽음을 갈망하라 했고, 쇼펜하우어는 삶을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악’으로 보았다. 구약성서 전도서의 솔로몬은 세상의 모든 것을 ‘허망’과 ‘공허’로 표현했고, 석가모니는 고통과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삶을 벗어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았다. 이들의 가르침은 톨스토이의 절망을 더욱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삶의 무의미에 직면한 사람들의 네 가지 대응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톨스토이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서 네 가지 대응 방식을 발견했다. 첫째는 ‘무지’였다. 이들은 삶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무심히 살아갔다. 둘째는 ‘쾌락주의’였다. 무의미함을 알면서도 현재의 쾌락과 욕망에 몰두하며 현실 도피를 시도하는 사람들이었다. 셋째는 ‘힘’으로, 삶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 자살로 삶을 끝내려는 선택이었다. 넷째는 ‘약함’에서 오는 매달림으로, 삶의 무의미함을 인지하면서도 결단력 없이 불완전한 희망에 의지해 살아가는 태도였다.

톨스토이는 자신도 네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고백했다. 삶의 의미를 알지 못해 절망하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갔으며,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품었다.

삶의 무의미와 계속 살아가는 이유

톨스토이의 탐구는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채 끝났지만, 그의 기록은 인류가 겪는 ‘삶의 무의미’와 ‘존재의 고통’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남겼다. 그는 “삶은 무의미한 악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간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마지막까지 품었다.

톨스토이의 고민과 탐색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존재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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