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재석의 시선] ‘제2의 LA폭동’ 터질 수도 있다

지난 9일 LA에서 열린 불법이민 단속 반대 시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제2의 폭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간 충돌이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8~9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주 방위군(National Guard) 2000명이 투입됐다.

주 방위군의 과격한 진압과 함께 시위대원 수백 명이 체포되자, 분노한 시위대의 저항이 더욱 거세지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해병대 병력 700명의 추가 투입을 명령했다.

불법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단속 방침은 곳곳에서 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당장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뉴섬 주지사가 트럼프의 주 방위군 투입이 불법이라며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하자 트럼프는 뉴섬이 일을 망치고 있다며 그을 체포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ICE 요원들이 LA 패러마운트 지역에서 의류 공장을 급습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을 대거 체포하면서였다. ICE 등 해당 당국 요원들은 체포에 저항하거나 저지하려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 공포탄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LA에서 항의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의 항의에 연방 요원들이 섬광탄과 최루탄을 쏘며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다가 악몽 같았던 33년 전의 ‘4‧29 폭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의 전언이다.

기억하기도 싫지만, 4‧29 폭동은 음주 운전자였던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LA경찰이 심하게 인권유린을 하면서 촉발됐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코리아타운을 비롯해 한인 상점이 운집한 지역을 타깃으로 흑인과 히스패닉계가 대규모 약탈과 방화를 자행해, 2300여 곳의 점포가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액은 당시 화폐가치로 4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 같은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사태도 조속한 해결이 되지 않을 경우, LA 곳곳에서 산발적인 폭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사족 한 가지 덧붙이면,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집중 단속은 미국경제에 백해무익한 시책이다.

한인들이 많이 운영하는 소상공업 대부분이 히스패닉계를 비롯한 불법 이민자를 고용하지 않으면 타산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오렌지 농장이나 정원 가꾸기 등의 허드렛일 역시 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