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김건희·채 상병 사건 등 ‘3대 특검법’이 10일 공포되면서 역대 최대 규모에 걸맞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법조계에선 특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관여 금지, 특검 진행 상황 판단, 검찰의 일탈 견제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이 잡음과 혼선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특검이 성과를 내기 위한 첫 단추는 이재명 대통령이 일체의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특검이 출범한 뒤에는 특검의 ‘특’자도 꺼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 수사 논란은 초기에 청와대가 주도권을 쥔 데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당시 문 대통령은 각종 의혹에 대해 ‘엄정히 조사하라’ ‘검찰의 명운을 걸라’ ‘의혹을 반드시 규명하라’는 등의 지시를 쏟아냈다. 이는 개혁 대상인 검찰의 힘을 키워주고 검찰과 정권이 한몸처럼 보이는 우를 범했다. 윤석열이 이를 이용해 자신의 몸값을 한껏 키웠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사에 관여하는 인상을 주면 ‘정치 보복’ 프레임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가뜩이나 이 대통령은 재판 중단 여부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특검 수사와 관련된 말 한마디는 국민의힘에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최대한 특검과 관계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참모들의 언급은 곧바로 이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돼 불필요한 잡음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특검 수사는 전적으로 법과 제도에 의해 작동되는 모양새를 띠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와 여당이 앞장서고, 대통령실 등 행정부는 손을 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이 청와대와 각 부처가 나서면서 범위가 커지고 나중에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실이 완전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제기되는 두 번째 조건이 적절한 정무적 판단이다.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은 내란 특검 11개, 김건희 특검 16개, 채 상병 특검 8개인데다, 이들 특검 모두 ‘인지수사’가 가능해 사실상 수사 범위에 제한이 없다. 이번 특검들은 두 차례 연장하면 최장 170일간 진행될 수 있지만, 잔여 수사를 이어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수사 대상과 기간이 마냥 확장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검 수사가 올해를 넘기면 내년 지방선거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수사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국민 여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 가운데는 “적폐수사 장기화로 여론이 나빠졌지만 도중에 멈추지 못한 게 아쉬웠다”는 반응을 내놓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검이 무한정으로 뻗어나가지 않도록 수사의 방향과 시기, 국민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기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검사들의 특검 대거 투입에 대한 후유증도 대비해야 한다. 윤석열을 비롯한 특수통 검사들이 적폐청산 수사를 주도해 결과적으로 검찰개혁에 차질을 빚었던 전례가 악몽처럼 남아 있어서다.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 조직과 연계돼 개혁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특검 전체를 관장하는 특검은 판사 출신이, 특검보는 검사 출신이 맡는 구상도 그래서 나온다. 거의 해체 수준의 위기를 맞은 검찰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특검은 특검대로, 검찰개혁은 개혁대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호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