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칼럼

[발행인 칼럼] 정치적 전환기,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공영방송의 존재이유를 다시 묻는다

여의도에서 전파를 처음 낼 당시의 KBS. 뒤에 국회의사당이 보인다.

정치적 전환기와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사회는 공영방송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방송공사(KBS)가 있다. 지금은 KBS가 공적 사명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비전을 정립해야 할 때다.

상업 방송과 달리 공영방송은 시청률이나 수익을 좇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진실을 전하고, 갈등을 중재하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이 그 역할이다.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유지되는 KBS는 단순한 방송사를 넘어, 민주주의의 공론장이자 한국의 목소리를 세계에 전하는 통로다. KBS는 정치적 소용돌이 앞에 물러서지 말고, 그 한복판에서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필자는 1990년 5월, <한겨레> 기자로서 KBS 내부의 방송민주화운동을 한달 가까이 보도했다. 2003~04년에는 KBS 시사교양프로 ‘미디어 포커스’ 자문위원을 맡았고, 2024년 9월부터는 KBS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KBS 안팎에서, 국가기간방송이 수많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버텨온 과정을 지켜보았다. 때로는 고립되기도 했지만, KBS는 국민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경험은 KBS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는 공공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역할을 반드시 해내야 함을 확신하게 한다.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 지형은 재편될 것이다. 이 전환기에서 KBS는 언론의 독립성과 윤리성을 바탕으로 최전선에 서야 한다. 단신 보도를 넘어 맥락과 통찰을 제공하고, 공론장에서 균형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모든 언론 가운데 KBS는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설 가장 큰 잠재력을 가진 매체다.

KBS의 역할은 국내에 그쳐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길이 국제 협력에 더욱 의존하게 된 지금, KBS는 한국의 현실과 미래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글로벌 방송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회가 아니라 시대의 부름이다.

KBS는 이미 그에 필요한 네트워크와 기술, 인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정치적 독립성, 재정의 안정성,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정파적 성향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존재라는 인식에서 비롯돼야 한다.

이 점은 정치인에게도 마찬가지다. 공영방송이 정권에 유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정권을 비판할 때조차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토대이기 때문에 KBS를 존중하고 지지해야 한다. 강한 공영방송은 강한 민주주의의 기초다.

앞으로 KBS는 단순한 뉴스 채널을 넘어, 한국을 세계에 설명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핵심 창구가 되어야 한다. 복합적인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자, 갈등의 시기에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그리고 한반도의 새로운 시대를 향한 여정을 알리는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언젠가 KBS는 통일한국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송출할 것이다.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는 지금 KBS를 보호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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