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정일의 시선] “간절한 기도는 하늘을 감동시킵니다”

이 아이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소서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 알베르 카뮈가 살았던 시절, 남프랑스 보르도의 한 오래된 성당 구석 벽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위대하신 성자 바울이시여, 제가 10등 안에 들도록 해주십시오.”
“위대하신 성자 바울이시여, 그이가 데이트에 꼭 오도록 해주십시오.”

얼마나 솔직하고도 절실한 기도입니까?

카뮈는 자신의 저서 <작가수첩>(Carnets)에서 이와 같은 문장을 인용하며, 인간이 품는 작고 소박한 간절함이야말로 신 앞에 가장 진실한 기도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 역시도 답사를 가는 날이나, 예기치 않은 비를 피하고 싶을 때 이렇게 속삭이곤 했습니다.

“위대하신 성자 바울이시여,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오늘은 날씨가 후덥지근하니, 소나기를 잠시 내려주십시오.”
“위대하신 성자 바울이시여, 바람이 불게 하여 주옵소서.”

이런 기도를 올릴 때면, 정말로 하늘이 귀를 기울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바람은 살랑이고, 햇살은 적당히 비추고, 날씨는 걱정 없이 청명했습니다.

2025년 5월 29일, 오늘은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오늘 우리가 드려야 할 기도는 더없이 분명합니다.

“위대하신 성자 원효대사여, 사람을 사랑하고 이 땅을 사랑하는 사람을 국민이 선택하게 하소서.”
“위대하신 성자 사도 바울이시여, 권력을 탐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를 따르는 이가 선택되게 하소서.”
“위대하신 성자 세종대왕이시여, 이 나라를 아끼고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를 선택하게 하소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투표의 한 표로 응답하십시오.
하늘은 진심 어린 기도와 행동에 반드시 응답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식입니다.

신정일

문화사학자, '신택리지' 저자, (사)우리땅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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