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미디어

50흐리우나(1800원)에 담긴 우크라이나의 작은 희망, 그리고 한국의 연대

한국과 우크라이나를 잇는 작은 카드 한 장이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죽음과 전쟁, 그리고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연대에 관한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우크라이나 출신 학생의 어머니는 고국에서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다. 전쟁이 한창인 우크라이나에서 그녀는 포성이 울리는 가운데 가족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슬픔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기자에게 작은 선물을 건넸다. 우크라이나 화폐인 50흐리우나(약 1,800원 상당)가 담긴 카드였다.

카드에는 “우크라이나 국민과의 단결과 연대는 러시아 침략자와의 싸움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앞당기고, 폭력과 어둠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가슴을 울린 장면은, 우크라이나 아이가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었다. 전쟁도, 죽음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전하는 그 모습은 전쟁의 또 다른 비극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이 모든 현실을 감당하기엔 너무 순수하다.

한 장의 카드, 작은 금액의 화폐였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에서는 많은 이들이 평화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그들의 일상과 가족, 그리고 미래는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연대와 희망의 빛은 꺼지지 않고 있다. 한국처럼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이날 받은 카드의 의미를 떠올리며 우크라이나의 록밴드 ‘오케안 엘지(Океан Ельзи)’의 노래 ‘포옹(Обійми)’을 소개한다. 이 곡은 어둠 속에서도 서로를 붙잡고 함께 걸어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노래 가사 중 “어둠이 우리를 덮쳐도, 우리는 서로를 더 강하게 안을 것입니다”라는 구절은 이날 받은 카드 속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전쟁은 단지 국가 간의 이해관계를 위한 무력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평범한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삶과 미래를 앗아가는 잔혹한 현실이다. 한 아이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전쟁은 여전히 인간에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실과 고통을 남긴다.

얼마 전 전해진 한 보도는 이런 현실을 더욱 절감하게 했다. 우크라이나 여성 언론인의 피살 소식은 언론인 신분이 보호받지 못하는 전장의 참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평화는 단지 선언이나 구호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이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유지된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날 받은 50흐리우나 카드가 전하듯, 작은 연대의 행동이 모여 세상을 폭력과 어둠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리고 비록 작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하나가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작은 카드의 큰 희망’이라는 제목의 시를 덧붙였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작은 카드의 큰 희망

한 장의 카드에 담긴
죽음을 대신하는 커다란 평화
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에
폭탄 소리 엉켜 들려오네.

사선을 넘어 돌아온
카드 한 장의 무게
뭉클한 감동을 주는
인간만의 희망의 씨앗

어둠이 진하게 번질수록
우리의 희망 손길은
서로를 꼭 끌어 안아주리라
평화의 새벽이 올 때까지


일상의 작은 순간 속에서, 멀리 있는 누군가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50흐리우나 카드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일 것이다.

오충

오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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