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부처님오신날…혼돈의 시대, 내 마음에 연등 하나

길상사 연등

오늘은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나는 비록 정식 불자는 아니지만, 부처님을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깊이 존경하고 따르고자 한다. 그러나 여전히 수행이 부족하여 무명에서 깨어나지 못했고, 탐·진·치의 삼독(三毒)에서도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초파일을 전후로 절과 암자뿐 아니라 거리 곳곳에도 오색 연등이 내걸린다. 나 역시 해마다 가족의 이름으로 연등 하나를 실상사 극락전에, 도법 스님이 계신 그곳에 단다.

이맘때면 연등(蓮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여 년 전,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는 기치를 내걸고 도법 스님과 함께 ‘생명평화결사운동’을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 서약자들을 ‘생명평화 등불’이라 불렀다. 등불은 바깥을 향해 거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안전하게 나아가도록 밝히는 것이다. “한 등의 불빛이 능히 천년의 어둠을 밝힌다(一燈能除 千年暗)”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 나라 안팎으로 어둠이 짙게 깔려 있다. 나라가 무너지고, 세상이 무너지고 있다.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대전환기의 혼돈이 전 지구를 덮고 있다. 극단적인 진영 간 대립으로 국가의 정상적인 운영 체제마저 흔들리고 있는 지금의 현실은, 어쩌면 내전 상태에 가까운 이 나라의 모습 또한 이 혼돈기의 하나의 양태일지도 모른다.

이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선 먼저 혼돈의 어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살 길이 보인다. 이 혼돈과 미망(迷妄)의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등불이 필요하다. 우리가 지금 등불을 다시 밝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등은 연꽃 형상의 등불이다.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상징하는 연꽃처럼, 진흙탕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피어나는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그 꽃처럼, 저마다 등불을 밝혀야 한다. 저마다 한 개의 연등이 되어 이 혼돈의 어둠 속을 비추며, 자리이타(自利利他)의 모심(모심: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살리는 생명과 평화의 세상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 그것이 곧 부처님 오신 날에 연등을 다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올해 연등에 나는 이렇게 글귀를 적었다. “내 안의 평화, 세상의 평화.” 세상의 어둠을 밝히기 전에, 먼저 내 안의 어둠, 곧 무명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방황하는 어둠은 결국 내 안의 어둠, 그 무명을 걷어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 부처님 오신 날, 자비와 광명이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그 지혜와 자비로 이 땅에 상생과 통합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를 바란다. 내 마음에도 연등 하나를 다시 밝혀, 내가 먼저 세상의 평화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메리 붓다마스, 부처님 탄신을 축하합니다.

이병철

여류(如流) 이병철. 시인, 스마트폰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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