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미디어

[책산책]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분열과 갈등의 시대, 유라시아에서 길을 찾자

초원과 오아시스의 교차로에서 오늘의 한국사회를 읽다…113컷 지도와 계보도로 복원한 유라시아 문명사

오늘날 한국 사회는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정치적 편가르기, 공적 신뢰의 붕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호동 서울대 명예교수의 저서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사계절, 2016년 1월 15일, 김호동 저)는 우리가 마주한 갈등을 역사적 시야에서 돌아볼 수 있는 지적 자극을 제공한다. 이 책은 지난 3,000년 동안 중앙유라시아 지역에서 펼쳐진 유목민과 오아시스 도시민의 삶과 정치를 조명하며, 세계사의 또 다른 중심축을 복원하는 시도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고대 유목 국가’, 2부는 ‘투르크 민족의 활동’, 3부는 ‘정복왕조와 몽골 제국’, 4부는 ‘계승국가의 시대’, 5부는 ‘유목국가의 쇠퇴’를 다룬다. 각 장은 본문 텍스트와 함께 총 113컷의 지도, 22개의 계보도, 관련 도판 자료로 구성되어 있어 방대한 유라시아사를 시각적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서문에서는 중앙유라시아라는 지역이 갖는 지리적·역사적 의미가 설명된다. 유라시아는 단순히 유럽과 아시아의 사이가 아니라, 초원과 사막이라는 생태환경에서 유목민과 정주민이 정치적으로는 지배와 종속, 경제·문화적으로는 교류와 호혜를 주고받았던 문명 교차지였다. 에필로그에서는 소련 해체 이후 중앙아시아 공화국들의 정치 변화, 몽골의 민주화, 신장과 티베트 문제 등 현재진행형의 유라시아 지역 정치까지 폭넓게 서술돼 있다.

출간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이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분절된 시각을 통합하려는 시도에 있다. 고정된 국가 단위의 경계를 넘어, 종족·언어·문화가 교차하는 지대를 탐색하며 독자들에게 입체적 시각을 선사한다. 특히 정치사뿐 아니라 생태적 조건, 경제 구조, 교통로와 무역망까지 아우르는 서술 방식은 현대의 문제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한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다양한 독자층에 유용하다. 역사학자나 중앙아시아를 연구하는 전문가뿐 아니라, 세계사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국제문제에 관심 있는 대학생, 그리고 동서양의 문명 교류사에 흥미를 가진 일반 독자에게도 매우 유익하다. 특히 이 책 한 권을 들고 중앙유라시아 지역을 여행한다면, 그 지리와 역사, 문화가 하나의 체계로 연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이 책은 예스24를 통해 PDF 형식의 eBook으로도 제공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언제든 접근 가능하며, 지도와 계보도 검색 기능을 통해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여행자나 현장 연구자에게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저자 김호동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로 30여 년 간 재직했다. 그는 중앙유라시아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라시드 앗 딘의 집사』(전 5권)를 완역해 2023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The Cambridge History of the Mongol Empire』(전 2권, 2023)의 대표 저자이기도 하다.

그의 주요 저서에는 『근대 중앙아시아의 혁명과 좌절』, 『황하에서 천산까지』, 『동방 기독교와 동서문명』, 『몽골제국과 고려』,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한 역사학자가 쓴 성경 이야기: 구약편』 등이 있으며, 『유목 사회의 구조』,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이슬람 1400년』 등의 번역서도 다수 출간되어 있다.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는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사회 분열과 이념 대립에 갇힌 현재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의 자원이다. 이 책은 갈라진 세계를 다시 연결하려는 모든 독자들에게 지적인 교량이 되어줄 것이다. 역사의 갈피에서 오늘의 갈등을 조명하고 내일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단단하고 유용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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