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홍승면 평론집 ‘화이부동’···2025년 대한민국에 절실한 ‘화두’

고(故) 홍승면 언론인의 평론집 <화이부동>(나남출판, 2003년 7월)은 1988년 출간된 두 권의 문집을 하나로 묶어, 그의 타계 20주기를 맞아 정리한 것이다. 총 878쪽 분량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언론·문학·사회 전반에 대한 홍승면의 비판적 시선과 따뜻한 인간 이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말미에는 이정석 대한언론인회 회장을 비롯해 김창열 전 한국일보 사장, 김진현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정진석 외대 명예교수 등 당대 언론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좌담문이 실렸다. 좌담에서는 홍승면의 언론 철학과 삶을 되돌아보며 그의 지적 유산을 되새긴다.
간행사에서는 저자의 글쓰기 철학이 명확히 드러난다. 홍승면은 언론인이자 평론가로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동시에,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글은 단순한 논평이 아니라 독자에게 깊은 성찰과 감동을 전달한다.
<화이부동>은 언론인과 문학 비평가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흐름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특히, 언론과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분석과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분량이 방대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판으로 제작될 경우 더 큰 가치를 발할 수 있다. 디지털화는 원하는 주제를 빠르게 검색하고 부분별로 접근하기 쉽게 하며, 장기적으로는 보존과 접근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저자 홍승면은 192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경기중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49년 합동통신사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6·25 전쟁 당시 자원입대해 대위로 전역했으며, 1955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뒤 31세의 나이에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이후 동아일보에서 논설위원, 편집국장, 논설주간 등을 거치며 한국 신문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는 한국일보 칼럼 ‘모노클’, 단평 ‘메아리’, 동아일보 ‘지평선’을 통해 기존의 문어체 기사문을 구어체로 바꾸며 현대적인 신문 문장의 흐름을 주도했다. 한국 칼럼니즘의 개척자이자, 비판적 글쓰기의 본보기를 제시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남긴 주요 저서로는 <프라하의 가을>, <잃어버린 혁명>, 그리고 이 책 <화이부동>이 있다. 1983년 작고했으나, 그의 글과 사상은 여전히 유효하며 한국 지성사에 중요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화이부동>은 홍승면이 남긴 마지막 평론집이자, 한국 사회의 지적 성찰을 이끈 대표적 글모음이다. 시대를 읽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책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닌 오늘의 지성으로서 다시 읽혀야 할 고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