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절보다 시”라던 조오현 스님의 시 세계…’빈거울을 절간과 世間 사이에 놓기’

오는 5월 9일은 설악무산 조오현 큰스님의 입적 7주기다. 그날을 앞두고 2013년 세상에 나온 특별한 시문집을 다시 펼쳤다. 시인 송준영이 엮고, 도서출판 시와세계에서 출간한 『빈거울을 절간과 세간 사이에 놓기 – 설악무산 조오현, 迷悟의 시세계』는 조오현 시인의 작품세계를 총체적으로 재조명한 방대한 문학기록이다.
무려 1,000쪽에 달하는 이 책은 단지 분량의 많고 적음을 넘어, 조오현의 시를 향한 지성과 감성의 응답이라 할 만하다. 문인과 평론가, 학자, 언론인 등 80여 명의 글을 담았다.
이 책의 제목 ‘빈거울’은 조오현 시 세계의 핵심을 은유한다. 거울은 비추되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는다. 절간과 세간 사이, 곧 고요함과 번잡함 사이에서 비우고 또 비워 맑은 거울을 닦는 수행자의 태도이자, 시인 조오현의 문학적 자의식이다.
조오현 스님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절간을 짓는 것보다 좋은 시 한편 짓는 게 낫다. 절은 몇 년 못가 허물어지지만 글은 수백년 수천년도 이어진다.” 그 말은 선언이자 예언이다. 이제 그가 남긴 시들이 그렇게 살아남아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빈거울을 절간과 세간 사이에 놓기』는 단순한 평론집이 아니다. 한 시대를 산 시인 조오현, 무산 스님의 삶과 사유, 그의 언어에 반응한 또 다른 언어들의 집합체다. 이 책은 동시에 시문학사, 불교정신사, 한국 근현대사의 기록이기도 하다. 책을 구성하는 글들은 각각의 개성과 사유로 조오현이라는 ‘거울’을 마주 본다.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은 다 다르지만, 모두가 무심한 듯 명징한 그 시의 세계에 스스로를 비추고 있다.
책은 그 방대한 무게만큼 묵직하다. 독자들의 이런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봄직하다. “이 책이 전자책으로도 나왔더라면, 혹은 웹툰이나 다큐 형식으로 젊은 세대에게도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책은 앞으로 조오현 시를 어떻게 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또한 던진다. “절보다 시가 낫다”던 스님의 말씀처럼, 이제는 그 시를 어떻게 ‘계속 살려낼 것인가’가 우리 앞의 과제가 되고 있다.
한편 이 책의 편저자 송준영 시인은 선불교의 사유와 현대시를 융합한 독창적인 시 세계를 구축한 시인이자 시이론가다. 1995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으며, 계간 『시와세계』의 발행인 겸 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시집으로 『습득』, 『조실』, 『눈 속에 핀 하늘 보았니』 등이 있으며, 선시 이론서로는 『선, 빈거울의 언어』, 『현대시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선시의 현대적 계승과 불교 시학의 대중화에 힘써왔으며, 불교문학상, 박인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