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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불굴의 도전과 협력, 그리고 연대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표지


–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순정아이북스, 2020년 9월 20일 초판)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는 1920년부터 2020년까지 100년간 인도네시아에 정착한 한인들의 발자취를 집대성한 기록물이다. 이 책은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 편찬위원회’ 주도로 발간되었으며, 다양한 계층의 현지 한인들이 집필에 참여해 공동의 역사로 완성도를 높였다.

총 511쪽 분량으로 구성된 이 책은 모두 7개의 장을 통해 한인사회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서문에서는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의 시작을 장윤원 선생이 1920년 자카르타에 도착한 사건으로 보고, 그 이후 100년간의 궤적을 조망한다.

본문에서는 ▲해방 전후의 한인사 ▲외교와 국가기관 진출사 ▲초기 기업 진출기 ▲한인기업의 성장 ▲한인사회의 형성과 발전 ▲생활문화와 한국문화의 정착 ▲문화예술 활동과 단체별 역사 등이 주제별로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책은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주요 한국 기업 사례들을 조명한다. 한국남방개발주식회사(코데코)를 비롯해 CJ, 크라카타우포스코, LG전자, 삼성전자, 코린도그룹 등의 진출 사례가 구체적으로 소개되며, 이들의 성공 배경으로는 도전정신,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 한인 사회의 연대와 협력 등이 공통적으로 강조된다.

각 장 말미에는 관련 사진 자료와 인명·기업 정보를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고, 부록과 참고문헌도 충실히 정리되어 있어 연구자와 실무자들에게도 유익하다. 인도네시아 진출을 고려하는 기업인이나 한인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 관련 분야의 학생들에게는 참고 가치가 높은 자료집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방대한 분량과 다소 전문적인 서술로 인해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향후 전자책, 청소년용 요약본, 혹은 만화 형식으로 재구성되어 보다 다양한 세대가 접할 수 있도록 보완된다면, 그 가치가 더욱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올 인도네시아 한인사회 120년사를 준비하면서는, 기존 한인 중심 서술을 넘어 다문화 가정, 2세·3세대의 정체성 문제, 한인사회의 미래 비전까지 담아내는 보다 포괄적인 구성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한인 100년사>는 단순한 연대기가 아닌, 공동체의 삶과 도전, 그리고 연대의 기록이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가 지나온 백년을 성찰하고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데 있어, 이 책은 중요한 이정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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