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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제강점기 조선언론 통제사’…저자 이연, 언론자유 억압방식 시대별 상황별로 추적

<일제강점기 조선언론통제사> 이연 저

<일제 강점기 조선언론 통제사>(이연 저, 박영사, 초판 2013년 10월 31일, 2판 2020년 8월 31일)는 일제강점기 조선의 언론 통제 정책을 실증적 자료에 기반해 집요하게 추적한 연구서다. 이연 선문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인 저자는 1984년 일본 조치대학(Sophia University) 대학원 신문학연구과에 유학하면서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 동안 일본 정부가 공개한 공문서와 당대 언론 자료를 수집해 이 책을 집필했다.

이연 교수는 오랜 기간 한국재난정보미디어포럼 회장, 재난방송중앙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재난 상황에서의 언론 역할과 통제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식견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의 연구 경력과 실천적 경험이 이 책에도 깊게 배어 있다.

책은 모두 9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제1장 서론에서는 언론 통제라는 개념을 역사적 맥락에서 재정의하는 데 집중한다. 단순히 검열이나 폐간 조치를 언론 통제라고 보는 기존의 시각을 넘어, 사전 검열, 기사 통제, 언론인 탄압, 미디어 구조 조정 등 다양한 형태의 통제 메커니즘을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이연 교수는 “언론 통제는 곧 통치 행위”라는 인식 아래,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이 시대별, 상황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1910년 강점 직후부터 1945년 패망 직전까지, 언론 통제가 단순히 억압만이 아니라 식민지 조선인의 정신 세계를 재구성하려는 일관된 전략이었음을 강조한다.

본문에서는 각 시기별 특징이 세밀하게 분석된다. 초기 군정기에는 ‘조선총독부 기관지’ 성격의 언론을 중심으로 통제가 이루어졌고, 3·1운동 이후에는 저항 여론을 관리하기 위해 형식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듯한 교묘한 조치들이 나타났다. 1930년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이후에는 전시 체제 논리에 따라 검열과 폐간이 노골화되었으며, 1940년대 들어서는 조선어 신문의 대대적 폐간과 일본어 신문 일색화로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단순한 검열을 넘어, 조선 언론을 ‘대일본제국’ 이데올로기에 복속시키려는 총체적 기획을 추진했다.

제9장 결론에서는 이연 교수가 언론 통제를 단순히 과거 식민지 시대의 문제로 보지 않고, 현대적 교훈으로 확장해 해석한다. 그는 “권력은 항상 언론을 장악하려는 욕망을 갖는다”고 경고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경험이 현대 민주사회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감시와 저항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그는 일제강점기 조선 언론 통제의 역사가 단순한 피해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날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성찰하는 데 필요한 거울임을 환기시킨다.

<일제 강점기 조선언론 통제사>는 언론학 전공자들에게 일제강점기 언론 구조와 식민지 지배 전략의 내면을 파악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한일관계 연구자들에게도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 수단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텍스트로서 깊은 통찰을 줄 것이다. 특히 한일 간 역사 인식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 책은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논의하는 데 중요한 준거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분석이라는 강점을 지녔지만, 학술적 서술 방식이 대중적 읽기에는 다소 벽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본 측 공문서에 대한 의존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조선 언론인들의 주체적 대응이나 내부 갈등 양상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 강점기 조선언론 통제사>는 일제의 언론 통제 방식을 학문적으로 집대성한 거의 유일한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 책은,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성찰하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이연 교수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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