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김민환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송기숙 ‘암태도’와 조정래 ‘태백산맥’이 동시에 떠올라

김민환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명예교수의 장편소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문예중앙, 2021년 4월 21일 초판 1쇄)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분단, 전쟁, 그리고 냉전의 소용돌이를 거쳐간 한 지식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복잡한 층위를 서사화한 작품이다. 실존 인물인 봉강 정해룡(1913~1969)의 생애를 중심으로, 이 소설은 개인의 선택과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교차하며 역사의 방향을 형성하는지를 탐색한다.
정해룡은 전남 보성군 회천면 봉강리의 지주 가문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에 참여하고, 해방 후에는 좌우합작을 통한 통일 국가 건설을 꿈꾸며 몽양 여운형의 정치 노선을 따랐다. 그는 해방 직후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농토를 식솔들에게 나누어주는 등, 지주로서의 특권을 내려놓고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의 중도적 정치 입장은 좌우 양 진영 모두로부터 배척당했고, 결국 1969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기자가 한국기자협회장 시절이던 2002년 만난 김민환 교수는 언론학자로서 저널리즘 원칙의 구현에 누구보다 치열했다. 그는 자신의 철저한 프로정신과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정년 퇴임 후엔 소설 창작에 나섰다. 보길도로 이사해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는 한편 집필에 멈추지 않고 있다. 그가 2021년 夏至에 보내준 소설을 최근 다시 펼치며 1980년 읽었던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와 조정래 장편 <태백산맥>의 김범우를 떠올렸다.
김민환 교수는 이 소설에서 언론과 권력, 그리고 개인의 양심이 어떻게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그는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전남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언론학을 가르쳤으며, 한국언론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다산연구소 대표로 활동하며 언론과 민주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는 단순한 전기 소설을 넘어, 한 인물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변화를 탐색한다. 정해룡의 이야기는 독립운동의 열정과 그 이후의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의 고뇌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서사를 통해 독자에게 역사적 사실과 인간의 내면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 작품은 제14회 이병주국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김민환 교수는 이 소설을 통해 역사와 인간, 그리고 언론의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작가의 장편 <담징>(서정시학, 2013), <눈 속에 핀 꽃(중앙북스, 2018)에 이은 그의 세번째 소설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난다>는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서사와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언론학자의 시선으로 본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단면을 전달한다. 이 소설은 역사와 인간, 그리고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에 많은 도움을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