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간] 시인 이송우 산문집 ‘밤의 사람들’-문래동 야간택시 운행일지

이송우 <밤의 사람들-문래동 야간택시 운행일지> 표지

야간 택시 안에서 마주한 삶을 진솔하게 기록

시인 이송우가 신작 산문집 <밤의 사람들: 문래동 야간택시 운행일지>를 펴냈다. 이 책은 2024년, 6개월간 직접 야간 법인 택시를 운전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그 안에서 포착한 삶의 결을 시인의 언어로 길어 올린 기록이다. 택시 기사와 손님 사이, 낯설고도 가까운 거리에서 오고간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도시의 낮과 밤, 희망과 상실, 시작과 끝을 오롯이 담아낸 한 권의 운행일지다.

이송우 시인은 2018년 <유신의 기억>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나는 노란꽃들을 모읍니다>, <신세기 타이밍> 등을 통해 시대와 개인의 교차점에서 시의 길을 걸어왔다. 그가 시를 통해 그려내는 세계는 늘 한 겹의 현실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과 성찰로 나아간다.

이번 신작의 밑바탕에는 시인의 삶 그 자체가 놓여 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부친 이창복 씨와, 세 남매를 키우며 남편의 긴 수형 생활을 감내해온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의 성장과 시 세계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또한 23년간 기업에서 마케팅과 분석 업무를 맡아오다 퇴직한 뒤, 마케팅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던 그는 2023년 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자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 여섯 달 동안 이송우는 ‘운전사’가 아닌 ‘기록자’로서 차창 밖과 안의 풍경을 담았다. 손님과 주고받은 짧은 한마디, 잠깐 스친 표정 하나,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피로와 애틋함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살아 있다. 특히 시인은 “어제 얻은 성찰 덕분에 오늘을 충만하게 살고 내일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믿는다”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서로 이야기를 건네는 구조를 시집의 뼈대로 삼았다.

<밤의 사람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청년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불안과 애틋함을, 2부 ‘인혁당재건위 사람들’은 시인의 뿌리와 역사적 기억을 담아냈다. 그리고 3부 ‘우리들 모두’에는 취객, 세일즈맨, 대리기사처럼 도시의 밤을 살아가는 익명의 사람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글로 엮여 있다. 시인은 “3부의 이야기들은 바로 우리들 얘기이고,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독자들과의 깊은 공감을 기대하고 있다.

책 머리말에서 그는 “이야기는 곧 서사이며, 서사는 곧 인간이 버텨내는 방식”이라고 썼다. <밤의 사람들>은 단순한 택시 운전 일지가 아니라, 시인이 직접 몸으로 살아낸 ‘현장의 시학’이다. 익명의 승객들이 던진 한마디에서 시인이 자신을 발견하고,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따뜻한 불빛을 채집해낸 이 산문집은, 우리가 외면했던 밤의 시간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책은 도시의 낮보다 더 뜨거운 밤의 인간 군상과 시인이 나눈 짧은 대화록이자, 그 대화를 통해 다시 태어난 시인의 내면 독백이다. 시인은 앞으로도 이 같은 삶의 서사를 글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시간과 공간,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밤의 사람들>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적, 산문적 경험을, 도시의 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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