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산책] 박남수 전 육사교장 ‘군인 이범석을 말한다’…혼돈의 시대, 미래 위한 ‘우둥불’

박남수 저 <군인 이범석을 말한다>

철기 이범석, 청년 혁명가에서 국군의 아버지로

<군인 이범석을 말한다>는 대한민국 근대사와 군사사의 중추를 이룬 인물, 철기 이범석 장군을 다룬 책이다. 저자 박남수 장군은 현 철기기념사업회 회장이자, 육군사관학교 교장과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기획부장 등을 역임한 정통 군사 전문가다. 그는 10년 넘게 철기 정신을 연구하고 기려온 인물로, 군의 뿌리와 정통성에 천착해온 인물이다.

이 책은 이범석 장군의 삶을 단순히 영웅의 일대기로 그리지 않는다. 독립운동가로서의 그의 면모, 청산리 대첩의 전사로서의 활약,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총리 시절의 정치적 신념, 그리고 해방 후 국군 창설을 이끈 건국군인으로서의 헌신까지. 파란만장했던 그의 생애를 구체적인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조명한다.

‘건군의 아버지’ 재조명

<군인 이범석을 말한다>(백산서당)가 발간된 것은 2020년 8월, 5년 전이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은 새로운 의미로 독자들 앞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의 군은 계엄과 탄핵 정국 등 정치적 격랑 속에서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기 저하와 국방 리더십의 혼란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시점에서 박남수 장군의 이 책은, 왜 군대가 존재하는가, 군은 어떤 철학과 정신으로 지탱돼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철기 이범석은 단지 무력으로 나라를 지킨 군인이 아니었다. 그의 사상과 신념은 ‘애국’과 ‘국민의 자유’라는 민주적 가치 위에 서 있었다. 박 장군은 책에서 철기 정신의 핵심이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군대, 국민과 함께 걷는 국방”임을 거듭 강조한다. 이것이 바로 현재 군의 사명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대통령선거 앞둔 시점에서 더욱 의미 깊어

2025년 6월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지금, <군인 이범석을 말한다>는 특별한 함의를 던진다. 정치적 양극화와 안보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국군의 역할과 정체성, 그리고 그 정신적 기초가 다시 물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을 지키기 위한 군의 존재, 정치로부터 독립된 군의 중립성과 전문성은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과제다.

저자는 “철기의 국방장관으로서의 활동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며 “항일무쟁투쟁과 국방건설을 연계해 연구한 글은 이 글이 거의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권말 부록격으로 이범석 장군의 연보와 참고문헌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박남수 장군은 “지금이야말로 이범석 장군 같은 인물의 정신을 되새길 때”라며 “그의 신념과 용기는 오늘날 리더십이 잃어버린 지점을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말한다. 특히 이범석 장군이 남긴 “내 목숨은 조국의 것이요, 나의 정신은 민족의 것”이라는 유언은, 이 땅의 군인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