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93세 챔피언의 비밀: 운동에 늦은 때란 없다

93살 리처드 모건(오른쪽)이 2018년 실내 조정 경기에 출전했을 당시 모습. 인스타그램 갈무리

로잉머신으로 세계 최고령 선수 등극 리처드 모건의 삶과 운동

올해로 63회를 맞는 스포츠주간(4월 20~26일)의 슬로건은 “Show Your Sports!”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운동을 70대에 시작해 90대에 세계 챔피언이 된 미국인의 이야기가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93세 리처드 모건은 실내 로잉머신 세계대회에서 네 차례나 같은 연령대 챔피언에 올랐다. 그는 73세까지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손자의 권유로 실내 로잉을 접한 후 매일 40분씩 운동을 해왔다. 현재도 대회에 출전 중인 그는 “운동이 삶에 기쁨과 목표를 줬다”고 말했다.

실내 로잉은 조정(漕艇)의 실내 형태로, 실제 배를 타지 않고 로잉 머신에서 노를 젓는 동작을 반복한다. 조정은 원래 유럽과 미국 명문대에서 발달한 스포츠로,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 소개되었다. 오늘날엔 미사리경정공원과 충주 탄금호 등이 대표적인 경기장이다.

로잉 머신은 물리적 저항 방식을 바탕으로 유압식, 자기식, 공기저항식, 워터로어(물저항식) 등으로 구분된다. 모건은 워터로어를 이용하며, 운동 강도는 숨이 차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70%), 견딜 수 있는 중강도(20%), 매우 힘든 고강도(10%)를 혼합해 구성한다. 주 2~3회는 덤벨을 활용한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아일랜드 리머릭대학 필립 제이크만 교수팀의 연구를 소개하며 “모건의 신체 조건이 30~40대 건강한 남성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체지방률은 15%, 최대 심박수는 153회에 달하며, 폐와 심장 기능 역시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은 “모건의 사례는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운동 부족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모건은 단백질 섭취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아침엔 오트밀 포리지, 점심엔 햄과 통곡물 스콘, 저녁엔 감자와 채소를 곁들인 육류, 운동 후에는 단백질 보충제를 섭취한다.

전문가들은 “모건의 체력은 유전적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운동이 노화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볼주립대 생체역학연구소장 스콧 트랩은 “이 사례는 인체가 어떤 나이에도 운동에 적응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밝혔다.

모건 외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VO₂ max(최대산소섭취량)가 50ml/kg/min에 달하는 80세 남성이 화제다. 이는 20~30대 수준의 심폐 능력을 의미한다. 이 노인은 하루 1만보 걷기, 주 3회 달리기, 근력운동을 병행한다.

운동은 단지 근육을 강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성취감, 만족감, 행복감 등 정신 건강에도 큰 기여를 한다. 스포츠 전문가들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은, 모건의 삶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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