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은식 칼럼] ‘삶이 빛나는 미래사회’…2025 오사카엑스포 개막, 일본의 문화리더십 선언
기술 넘어선 가치의 수출, ‘공존과 연결’ 주제로 일본의 소프트파워 과시
한국은 정치 혼돈, 일본은 국가 비전… 문화외교에서 드러난 한일간 대비

“다양한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하는 사회”, “삶이 빛나는 미래(いのち輝く未来社会のデザイン)”라는 주제를 내세운 오사카엑스포는 단순한 기술 전시나 국가 간 경쟁의 장이 아니다. 일본은 이를 통해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을 기술, 문화, 공존의 차원에서 실현하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3일 개막 인사에서 “이번 박람회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기술과 인류 미래에 대한 공동 상상을 구체화하는 공간”이라며 “오사카에서 인류가 직면한 도전 과제에 대한 해법을 함께 고민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공존’과 ‘연결’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이는 팬데믹 이후 일본이 강조해온 ‘기술과 휴머니즘의 융합’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8개의 대형 파빌리온을 포함한 전시관이 대부분 목재로 지어진 친환경 건축물이며, 유메시마 인공섬에서 박람회를 여는 것 자체가 그 비전의 구체적 실현이다. 일본은 기술을 넘어 ‘삶의 방식’과 ‘가치’를 수출하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기술 중심 일방주의나 미국의 보호주의적 접근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일왕의 회고와 메시지
나루히토 일왕은 축사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언급했다. “10살이던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방문해 세계의 다양성과 기술의 경이로움을 직접 보며 인생의 시야가 넓어졌다”고 회상하며, 이번 박람회가 다음 세대에게도 그러한 감동과 비전을 남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사카엑스포 2025는 1970년과 2005년 아이치엑스포에 이어 일본이 세 번째로 개최하는 국제 박람회다. 특히 매립지인 유메시마에서 열리며,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건축물이 지어졌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총리와 일왕의 인사말은 기술의 성과보다는 ‘삶의 감동’과 ‘미래 세대의 상상력’을 강조했다. 엑스포가 왜 단순한 전시회가 아닌, 국가의 미래 청사진을 세계와 공유하는 상징적 무대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엑스포가 중요한 이유 – 한국과의 비교
한국은 현재 대통령 탄핵 정국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쳐 외부 환경을 주시할 여유조차 없다. 그러나 일본은 ‘삶이 빛나는 미래사회’라는 테마 아래, 조용하지만 치밀하게 기술·문화·환경·인간의 공존을 실험하는 장을 마련했다.
1970년에 이어 다시 오사카에서 열린 이번 엑스포는 일본이 기술 강국을 넘어 문화강국, 사상 수출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조선통신사를 받아들였던 일본이 이제는 문화를 세계로 수출하려 한다는 의미다.
물론 박람회 장소인 유메시마는 매립지인 만큼 일부 전문가들이 가스 폭발 위험을 경고했으나, 일본은 이를 감내하면서도 압도적인 건축과 운영 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기술 넘어 삶의 방식 수출
일본은 단지 기술이나 제품을 팔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가치관, 심지어 미래세대의 상상력까지 수출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가적 이벤트조차 점점 정치화되고 있으며, 정책적 일관성이나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도 실패하고 있다. 이번 엑스포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는 극히 제한적이며, 정치 논란에만 집중하는 보도 태도는 대한민국 소프트파워의 약화를 우려하게 만든다.

엑스포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엑스포는 해당 국가의 ‘비전 발표회’다.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는 일본의 21세기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목조 파빌리온’은 단순한 친환경이 아닌 일본 전통 건축의 현대적 해석이며, 유메시마 인공섬은 기술과 자연의 조화를 실험하는 모델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번 엑스포가 세계를 다시 연결시키고, 갈등이 아닌 협력의 미래를 상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엑스포가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과 비전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치 중심 외교와 문화 외교는 단기 뉴스보다 훨씬 더 깊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일본 전통의 목조건축 기술이 현대적으로 승화된 이번 박람회는, 그 자체로 과거와 미래,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무대다.
한국이 되새겨야 할 질문
K-POP과 한류 드라마가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일본의 이러한 문화 메시지 전달 방식에서 배울 점은 많다. 한국은 지금 세계에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 정치의 역동성인가, 아니면 문화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이념적 갈등인가?
최근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내부 갈등적 반응은 문화적 자신감 결핍과 전략 부재를 드러낸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이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문화를 체계적으로 확산시킬 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천황제를 존속시킨 배경 속에서 정치적 안정과 상징 자산의 활용이라는 측면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NHK는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로 “엑스포 방문을 환영한다”는 안내문을 송출하며 박람회가 6개월간 개최된다는 점을 알렸다. 이 박람회는 단지 축제가 아니라, 일본의 미래 비전이 전시되는 ‘국가 전략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