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칼럼

[신정일 칼럼] 백범 김구 어머니 곽낙원의 아들 교육법

곽낙원과 백범 김구 가족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에 서대문형무소가 있었다. 이 형무소는 을사조약 이후 국권 침탈을 시작하면서 일제가 만든 시설이다. 1908년 경성감옥으로 만들어 1912년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형무소에서 일제 치하 유명을 달리한 독립 운동가들이 많이 있다. 강우규, 유관순, 김구 등이 그들이다.

이곳 서대문형무소에 김구 선생이 수형자로 왔던 때가 1911년이다. 김구는 황해도 안악 부호들을 협박하여 독립운동 자금을 빼앗아 서간도 무관학교를 세우려 했다는 안명근安明根 사건 관련자로 1월에 체포되었다. 서울로 압송된 김구는 일곱 차례의 혹독한 심문을 받고, 징역 17년형을 언도 받고서 서대문형무소로 넘어왔다.

그때 김구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아들을 면회 왔다. 그 당시의 상황이 <백범일지>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내가 복역한 지 칠팔 삭에 어머님이 서대문 감옥으로 나를 면회하러 오셨다. 딸깍 하고 주먹 하나 드나들만한 구멍이 열리기에 내다본즉 어머니가 서 계시고 그 곁에는 왜 간수 한 놈이 지키고 있었다. 어머님은 태연한 안색으로 ‘나는 네가 경기감사나 한 것보다 더 기쁘게 생각한다. 면회는 한 사람밖에 못 한다고 해서 네 처와 화경이는 저 밖에 와 있다. 우리 세 식구는 잘 있으니 염려 말아라. 옥중에서 네 몸이나 잘 보중하여라. 밥이 부족하거든 하루 두 번씩 사식 들여 주랴?’ 하시고 어성 하나도 떨리심이 없으셨다. 저렇게 씩씩하신 어머님께서 자식을 왜놈에게 빼앗기고, 면회를 하겠다고 왜놈에게 고개를 숙이고 청원을 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황송하고도 분하였다. 우리 어머님은 참말 기특하시다. 17년 징역을 받은 아들을 대할 때에 어쩌면 저렇게 태연할 수가 있으랴. 그러나 면회를 마치고 돌아가실 때에는 눈물이 앞을 가려 발부리가 아니 보이셨을 것이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었다. 그런 배포와 신념이 있었기에 김구 선생은 그 험난한 생활을 겪으며 나라의 독립에 매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던 1913년 김구는 일제의 국적에서 이탈하기 위해 이름과 호를 바꿨다. <백범일기>에 김구의 그 당시의 마음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나는 왜놈이 지어준 뭉우리돌대로 가리라 하고, 굳게 결심하고 그 표로 내 이름 김구金龜를 고쳐 김구金九라 하고, 당호 연하蓮下를 버리고 ‘백범白凡’이라고 하여 옥중 동지들께 알렸다. 이름자를 고친 것은 왜놈의 국적에서 이탈하는 뜻이요, ‘백범’이라 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천하다는 백정白丁과 무식한 범부凡夫까지 전부가 적어도 나만한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하자 하는 내 원을 표하는 것이니, 우리 동포의 애국심과 지식의 정도를 그만큼이라도 높이지 아니하고는 완전한 독립국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는 감옥에서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을 때마다 하느님께 빌었다. 우리나라가 독립하여 정부가 생기거든 그 집의 뜰을 쓸고 유리창을 닦는 일을 하여 보고 죽게 하소서 하고,“

나라가 독립된 지 어언 80년이 흘렀다. 가난하기만 했던 조그만 나라가 꿈같은 경제부국으로 도약했지만 부익부빈익빈은 더 심해져서 양극화가 나라의 큰 문제거리로 되었다.

정치인들은 또 어떤가? 김구 선생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드물고,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눈을 속여 권력을 잡을 생각만 하고 있다. 만약 김구선생이 오늘의 정치인들을 바라본다면 어떤 말을 할 것인가? ‘기가 찬다’는 말과 함께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인지 김구 선생은 이 세상에 안 계시고 저 세상에 계시니…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봄풀이 솟아나듯 여기저기서 나타났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그것이 문제다. 백범이라는 그 호를 지은 김구 선생의 크고도 넓은 마음이 이 밤 문득 그립다.

신정일

문화사학자, '신택리지' 저자, (사)우리땅걷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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