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하한 ‘관세폭탄’이 자국부터 융단폭격을 했다.
지난 4월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나스닥 지수는 하루 새 1050.44포인트(5.97%) 추락하며 1만6550.61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19가 확산했던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장보다 각각 3.98%, 4.84% 급락,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증발한 액수는 시가총액의 3분의 1 규모인 3조1000억 달러(약 4500조원)에 달한다.
그뿐 아니다. 미국 서민들의 피해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트럼프가 단행한 10%의 보편관세 시행(각국별 상호관세 부과는 9일)을 하루 앞둔 4일, 수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대형마트 코스트코를 찾은 소비자들은 경쟁하듯 화장지를 카트에 담았다. 산더미같이 쌓아둔 화장지가 순식간에 동이 나자 지게차는 연신 화장지를 실어 날랐다.
이들이 생활필수품 사재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역국에 대한 관세폭탄이 투하되면 당장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부터 인상될 게 뻔한 상황에서 앉아서만 당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심리가 확산했기 때문이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3일부터 미국인의 필수품인 자동차에 25%의 관세가 붙기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 구입도 골치가 아프게 생겼다.
그런데 9일부터 한국을 비롯한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에 적용되는 초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면 상황은 더 이상하게 꼬이게 된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가 애매해진다.
트럼프가 ‘세계의 공장’ 중국에 기존 관세 20%에 상호관세 34%를 더한 54%, 또 다른 공장 베트남엔 46%의 관세를 예고하면서 미국 서민들은 더욱 패닉에 빠지게 됐다.
관세가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이 되는 이유는 역(逆)누진성 때문이다. 관세는 모든 상품에 똑같이 반영되기 때문에 소득이 낮을수록 체감하는 가격 상승효과가 크다.
실제로 관세 때문에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이 고소득층보다 크게 떨어질 거라는 구체적인 분석도 나왔다. 2일 공개된 예일대 예산연구소(Yale Budget Lab)의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 정책 효과를 반영한 미국 소득 2분위(하위 소득 10~20%)의 올해 가처분 소득은 1723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소득이 가장 높은 10분위의 8101달러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의 관세폭탄으로 중국의 입지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은 4일 미국산 제품에 대한 34% 보복관세와 중국산 희토류 7종의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것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은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자칫 미국이 경제대국 1위의 자리를 중국에 내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