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미국 부통령이 28일(이하 현지시간) 그린란드를 방문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이 또다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밴스 부통령이 그린란드 최북단에 있는 피투피크 미 공군 우주기지를 방문해 “이곳이 미국 영토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밴스는 “덴마크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매우 간단하다. 당신들은 그린란드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훨씬 더 안전하게 할 수 있고 더 많이 보호할 수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몇 차례 그린란드의 미국 병합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특히 지난 13일에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 안보를 위해 덴마크령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그린란드 병합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번에 밴스 부통령이 아내 우샤와 고위 관료들을 이끌고 그린란드를 찾은 것도 병합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이는(밴스의 방문) 미국의 침략”이라면서 “우리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1분 1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미국이 우리를 병합하려는 꿈이 실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 최대의 섬으로 기원전 2500년 무렵부터 사람이 거주해 왔다. 18세기 이래 덴마크의 속령이 되었고 2009년 자치를 선언해 강력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국방, 외교 행사권은 덴마크에 있지만 지하자원을 사용할 권리와 입법권, 사법권, 경찰권 등은 독립적으로 행사한다.
그린란드는 광물, 석유,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 데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북극 일대에 새 항로가 열리면서 지정학적 가치가 더욱 높아진 상태다. 특히 이곳은 북미대륙과 유럽 사이에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미국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도 바로 이 두 가지 때문이다.
그린란드를 삼키려는 미국의 야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냉전 시기였던 1946년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거절당했다. 하지만 1950년 덴마크는 미국의 툴레(현 피투피크) 공군기지 건립 제안을 받아들여 1951년 건설을 허가했다. 1953년 완성한 이 기지는 나토의 중요한 방어전략 중심지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복속 야심은 말장난만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트럼프는 “덴마크가 그린란드 독립이나 미국으로의 편입을 방해하면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기 취임 전부터 파나마운하 운영이 중국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면서 장악을 천명한 바 있다. 결국 지난 4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으로 하여금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가진 홍콩계 허치슨포트홀딩스의 지분 90%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제 지구촌은 ‘문제해결사’가 아닌 ‘불량국가(rogue state)’ 미국을 우려하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