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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세종대왕 영릉까지…한영용, ‘아리랑’ 웅변으로 대통령상

제30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 ‘아리랑’을 연제로 대통령상을 받은 한영용(가운데)이 시상식에서 상패와 상금 300만원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영용은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 대회에서 외교부장관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숙진 대회장(왼쪽), 김경석 (사)한국스피치웅변협회장(오른쪽)

작년 베트남서 외교부장관상 이어 이번엔 대통령상…한글과 아리랑 정신 세계에 전해

한글은 생각을 전하는 문자이고, 아리랑은 마음을 전하는 노래다. 한영용은 그 둘을 하나의 목소리에 담아냈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의 대통령상 수상을 다시 기리는 이유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지난 10월 8일, 세종대왕이 잠든 경기도 여주 영릉에서 특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제는 ‘아리랑’. 서울특별시 대표로 참가한 한영용은 이날 열린 제30회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과 상금 300만원을 받았다.

한국인의 기쁨과 슬픔, 만남과 이별을 담아온 민족의 노래가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연사들 앞에서 새로운 울림으로 되살아난 순간이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영릉에서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하는 아리랑으로 최고상을 받았다는 점에서 그의 수상은 더욱 뜻깊다.

한영용의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베트남 호찌민에서 열린 세계한국어웅변대회에서 외교부장관상을 받았다. 이국땅에서 한국어의 가치를 전했던 그가 1년 뒤 세종대왕 영릉에서 대통령상의 영예를 안았다. 두 번의 무대는 장소도 달랐고 수상의 무게도 달랐지만, 한국어와 한국 정신을 세계에 알린다는 뜻에서는 하나로 이어진다.

이번 대회는 훈민정음 반포 580돌을 기념해 ‘한국어 소통과 세계 평화’를 주제로 열렸다. 한국스피치·웅변협회와 여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국어능력평가협회가 주관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우즈베키스탄 등 27개국에서 예선을 통과한 개인·단체 연사 122명이 참가했다.

특히 30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세종대왕 영릉 앞 광장에서 개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백성을 위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든 세종대왕. 그 정신을 기리는 자리에서 세계 각국의 연사들이 한국어로 자신의 생각과 희망을 이야기했다.

한영용이 선택한 아리랑은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해 온 노래다.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견디는 노래였고, 고향을 떠난 이들에게는 그리움의 노래였으며, 오늘날에는 세계인이 함께 부르는 한국 문화의 상징이 됐다. 그의 웅변은 이러한 아리랑의 역사와 정서를 한국어의 가치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지부티 대표 마이싼 아부바케 하싼 등이 국무총리상을 받았으며, 대구 초등학생 11명으로 구성된 ‘세계로 가는 한글팀’은 단체부 최우수상인 서울특별시장상을 수상했다. 참가자들의 국적과 세대는 달랐지만, 한국어를 통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취지는 같았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오늘날, 한영용의 수상은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우리말과 글에 담긴 역사와 정신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세계인과 어떻게 나누고 있는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세종대왕 영릉까지. 한영용이 걸어온 길은 한 사람의 수상 기록을 넘어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여정이었다.

대회는 끝났고 시상식도 지나갔다. 그러나 세종대왕 영릉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의 의미까지 지나간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정성껏 다듬은 말과 진심을 담은 목소리가 민족의 기억을 일깨우고 세계인의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한영용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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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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