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광장서 시민·동호인 대규모 퍼포먼스…아리랑에 홍익정신과 화합의 의미 담아
이기우 대한국학기공협회장 “세계 1억명에 아리랑기공 알리고 광화문에 단군상 세우자”
지난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은 세계적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무대가 됐다. 정규 5집 <아리랑>을 발표한 BTS가 광화문에서 펼친 공연은 한국의 전통과 현대 대중문화가 만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7개월여가 흐른 10월 25일,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광화문광장에 또다시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시민 1000여 명이 직접 주인공이 됐다.
북악산과 광화문을 배경으로 흰색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들이 아리랑 선율에 맞춰 두 팔을 펼쳤다. 서로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하나의 동작으로 어우러지면서 광장은 거대한 야외 공연장이자 생활체육의 현장으로 변했다.
사단법인 대한국학기공협회(회장 이기우)와 서울특별시국학기공협회(회장 권대한)가 개최한 ‘2026 광화문 아리랑기공 축제’의 모습이다.
이번 축제는 아리랑을 슬픔과 한의 노래에 머물게 하지 않고 자신을 찾는 기쁨과 화합, 홍익정신을 담은 생활체육으로 재해석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아리랑기공은 국학기공 창시자 이승헌 학교법인 한문화학원 이사장이 올해 2월 창안한 12개 동작의 생활체조로, 아리랑 선율에 호흡과 움직임을 결합했다.

아리랑 선율 따라 하나 된 광화문
오후 2시 관악구국학기공동호회 무궁화팀의 나라사랑기공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아리랑보존회 유명옥 이사장은 아리랑 선율을 담은 애국가를 불렀고, 서대문구 홍제클럽은 창작기공 ‘홍제의 꿈’을 선보였다.
포항에서 열린 제12회 국제국학기공대회 국내부 2위 팀인 강남구 ‘빛의 힐러’ 클럽도 축하공연에 나섰다. 이어 청년 예술단 K-Starz 천신무예예술단의 아리랑 댄스와 기공 시범이 펼쳐졌다.
절정은 시민 1000여 명이 함께한 아리랑기공 플래시몹이었다. 참가자들이 일제히 몸을 움직이자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관광객들도 발걸음을 멈췄다. 일부 외국인 관광객은 동작을 따라 하며 축제에 동참했다.
권대한 서울특별시국학기공협회장은 환영사에서 46년 전 시작된 국학기공이 국내외로 보급돼 왔다며,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아리랑기공을 선보이게 된 의미를 강조했다.

행사에는 나경원 국회의원,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 최동민 동대문구청장 등 정·관계와 문화·체육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나 의원은 한류 열풍 속에서 이제는 한국의 정신적 가치인 ‘K-스피릿’을 세계에 알릴 때라고 강조했다. 임 의장은 아리랑기공이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생활체육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했고, 최 구청장은 BTS가 보여준 한류의 파급력이 한국의 전통정신을 알리는 데도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우 회장 “세계 1억명 보급, 광화문 단군상 건립”
이날 이기우 대한국학기공협회 회장(전 교육부 차관)은 두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첫째는 아리랑기공을 세계 1억 명에게 보급하는 것이다. 이 회장은 국학기공을 도입한 학교스포츠클럽이 50여 곳에서 120곳 이상으로 확대됐다며, 청소년 인성교육과 국민 건강을 위한 생활체육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둘째는 광화문광장에 국조 단군상을 건립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홍익인간 정신이 한국 사회가 되새겨야 할 가치라며, 단군상이 미래세대의 인성교육을 위한 상징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건립을 위해서는 역사적 해석과 공공 공간 활용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 회장은 “아리랑기공이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열고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홍익정신을 바탕으로 아리랑기공을 세계에 알리자는 구호로 화답했다.
BTS의 아리랑에서 시민의 아리랑으로
광화문광장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외쳤고, 국가적 축제를 즐겼으며, 세계적인 문화공연을 함께했다.
올봄 BTS가 <아리랑>으로 세계의 관객과 만났다면, 가을에는 시민 1000여 명이 직접 몸을 움직이며 아리랑의 의미를 표현했다.
두 행사의 규모와 성격은 다르지만 한국의 문화가 세계와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리랑이 공연장에서 듣는 노래를 넘어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고 소통하는 문화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아리랑을 듣는 데 머물지 않았다. 함께 움직이고 웃으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노래는 끝났지만 광화문에 울려 퍼진 아리랑의 여운은 남았다.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담아온 아리랑이 앞으로 세계인들과 어떤 방식으로 만날지, 시민 1000명의 몸짓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하나의 장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