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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서 피어난 기회…낯선 땅에서 빵 굽는 고려인 청년들

경주 ‘농부의 주말 빵집’

뜨거운 오븐 열기 속에서 고소한 빵 냄새가 퍼져 나온다. 지난 7월 아시아발전재단(ADF, 이사장 김준일)이 운영한 제4기 제과제빵 직업훈련 과정을 수료한 두 고려인 동포 청년, 정안톤 씨와 신파벨 씨에게 이 온기는 남달랐다. 한국어 의사소통은 아직 서툴고 매장 근무 경험도 부족했지만, 이들의 가슴속에는 새로운 도전을 향한 열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가 찾아왔다. 아시아발전재단의 현장실습형 취업 지원 프로그램인 ‘O2O(Oven To Opportunity, 오븐에서 기회까지)’를 통해 마침내 제빵사로서 첫 취업의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한국어가 부족해도 괜찮아”…줄 서는 빵집에서 발견한 희망

경북 영천의 한 제조업체에서 근무해 오던 정안톤 씨는 마이스터 임영래 교수 추천으로 경주 ‘농부의 주말 빵집’으로 면접을 하러 향했다. 경주 시내 중심가가 아님에도 진열대를 가득 채운 독특한 수제 빵들과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풍경은 안톤 씨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한국어가 부족해 막막할 수 있었던 면접 자리에는 경주하이웃이주민센터에서 지원한 통역 교사가 함께했다. 서울에서 받은 교육 내용부터 고국의 빵과 한국 빵의 차이, 수업 시간에 직접 만든 빵 이야기까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이어졌다.

면접을 마친 안톤 씨는 “건강검진을 받고 나면 출근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기쁨을 전했다. 그는 자신을 믿고 기회를 준 임영래, 오병호 두 분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터전에서 최선을 다해 배우고 일하겠다는 힘찬 다짐을 덧붙였다.

“손으로 만드는 일은 처음이지만”…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또 다른 수료생 신파벨 씨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까미노 빵집에서 다시 면접을 본 파벨 씨는 오는 9월 7일부터 서울 수유동의 베이커리 ‘까미노’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본 경험이 많은 파벨 씨지만, 직접 손으로 생산하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벨 씨는 “처음에는 체력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처음부터 하나씩 배우면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체력적·기술적 한계에 대한 솔직한 부담감을 안고서도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한 함께 배운 4기 동료들을 향해 “모두 자신을 믿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벼랑 끝 장벽을 무너뜨린 ‘O2O’와 ‘페치카 베이커리’

두 청년이 언어와 경험의 장벽을 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까지는 단단한 지원체계가 바탕이 되었다.

아시아발전재단의 O2O 프로그램은 직업훈련 수료생들이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취업 연계 프로그램이다. 재단이 월 60만 원(최대 1년), 참여 업체가 월 180만 원을 부담해 총 240만 원 수준의 급여를 보장함으로써 동포들이 불안감 없이 노동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앞서 지난 8월 19일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서 4기 수료생 고이리나 씨의 러시아마트에 우녹스(UNOX) 컨벡션 오븐을 기증하며 ‘페치카 베이커리 1호점’을 연 지 불과 열흘여 만에, 이 O2O 프로그램을 통해 안톤 씨와 파벨 씨라는 실질적인 첫 취업 결실이 탄생했다. 교육-취업-창업-자립을 하나로 연결하는 ‘페치카 베이커리’ 통합 지원사업이 고려인 동포들의 삶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서울 수유동 ‘까미노’

빵 냄새와 함께 퍼져나갈 내일의 희망

김준일 아시아발전재단 이사장은 “정안톤 씨와 신파벨 씨의 취업은 단순한 취업 사례를 넘어 고려인 동포가 언어와 경험의 장벽을 극복하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성과”라며 “앞으로도 실질적인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발전재단은 이번 성과에 이어 제5기 고려인 제과제빵 직업훈련을 전북 전주, 경남 양산 등 지방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처음 접하는 제빵 기술 앞에서도 서로를 응원하며 도전을 시작한 고려인 청년들. 정안톤 씨와 신파벨 씨가 따뜻한 빵을 구워내며 써 내려갈 새로운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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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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