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IUGG 인천총회 D-318] 세계 지구과학자 5000명 송도로…한국 과학외교의 무대 열린다

이상묵 조직위원장, 베를린서 미국 꺾고 총회 유치
내년 7월 16~22일 송도컨벤시아…아시아에서는 일본 이어 두 번째
젊은 과학자 교류·‘인천선언’·총회 이후 국제협력 플랫폼도 구상
2027년 7월, 세계 지구과학계의 시선이 인천 송도로 향한다. 제29차 국제측지학 및 지구물리학 연맹(IUGG·International Union of Geodesy and Geophysics) 총회가 2027년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린다. 2026년 9월 현재 10개월 반가량 남았다.
IUGG는 1919년 창설된 세계 지구과학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학술연맹이다. 현재 75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측지학, 빙권과학, 지구자기·고층대기, 수문학, 기상·대기과학, 해양과학, 지진학 및 지구내부물리학, 화산학 및 지구내부화학 등 8개 국제학술협회와 5개 연맹위원회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은 1960년 가입했다.
IUGG 총회는 4년마다 열린다. 지진과 화산, 기후변화와 극한기상, 해양과 빙권, 지구 내부와 우주환경까지 지구 시스템 전반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흔히 ‘지구과학의 올림픽’에 비견되는 이유다.
직전 총회는 2023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고, 차기 총회가 인천이다. IUGG는 올해 공개한 공식 초청문에서 인천총회가 기후변화와 극한기상 등 지구적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협력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젊은 과학자와 초기 경력 연구자들의 참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이어 두 번째
인천총회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IUGG 총회다. 아시아에서는 2003년 일본 삿포로총회 이후 두 번째다. 2003년 일본총회 개회식에는 당시 일본 천황이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국 개최가 갖는 의미는 단순히 국제학술대회 하나를 유치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해수면 상승, 물과 식량, 극지와 해양 문제처럼 어느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늘면서 지구과학은 국제협력과 국가정책의 핵심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5000명 안팎의 과학자와 관계자가 인천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다. 인천시는 2023년 총회 유치 당시 5000명 규모의 방문과 당시 예정됐던 11일간의 개최 일정을 토대로 약 166억원의 생산 및 소득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총회 일정은 이후 조정됐다. 유치 당시 발표된 일정은 2027년 7월 12~22일이었으나, IUGG가 2026년 공식 초청문에서 밝힌 현재 일정은 7월 16~22일이다.

이상묵 교수가 베를린에서 따낸 22표
이번 총회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과정의 중심에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가 있었다. 당시 한국IUGG위원장이던 이 교수는 인천시와 관계 기관, 국내 지구과학계와 함께 오랜 기간 유치작업을 벌였다. 주요 인사들을 만나 지지를 요청하고 회원국에 유치 지지 서한을 보내는 등 물밑 작업을 이어갔다.
승부는 2023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28차 IUGG 총회에서 갈렸다. 한국의 경쟁 상대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였다. 이상묵 교수가 한국 측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맡았고, 회원국 대표들의 투표 결과 인천이 22표, 호놀룰루가 15표를 얻었다. 37표 가운데 22표를 확보한 한국이 제29차 총회 개최권을 따냈다.
이 교수는 당시 한국의 총회 유치를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는 계기”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그는 현재 2027 IUGG 인천총회 현지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IUGG가 2026년 발표한 공식 초청문 역시 이상묵 위원장의 이름으로 세계 과학자들에게 인천 방문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묵 교수가 바라보는 목표는 ‘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 각국, 특히 아시아와 개발도상국의 젊은 과학자들이 한국에서 만나고 배우며 장기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만드는 계기로 삼자는 것이다. IUGG 자체도 개발도상국의 젊은 연구자들이 국제 학술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온 만큼 인천총회는 이런 방향을 구체화할 좋은 기회다.
총회 끝난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조직위원회 안팎에서는 인천총회를 일회성 국제행사로 끝내지 않기 위한 구상도 나오고 있다. 그 하나가 가칭 ‘인천선언(Incheon Declaration)’이다.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해양과 극지 변화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국경과 정치적 갈등을 넘어 협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인천에서 천명하고, 이를 총회 이후 지속적인 국제협력으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또 하나는 가칭 ‘One Earth Center’다.
아시아와 개발도상국의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지구과학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교육과 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다시 자국과 한국을 잇는 과학 네트워크의 주체가 되도록 하자는 장기 프로젝트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비롯한 정부의 공적개발원조 사업과 연계할 경우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개발도상국과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과학외교 모델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다만 ‘인천선언’과 ‘One Earth Center’는 현재 구상·추진 단계다. IUGG의 공식 사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며 앞으로 조직위원회와 IUGG, 정부, 인천시, 국내외 과학계가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재명 대통령 참석도 추진
총회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국가 차원의 관심도 필요하다. 2003년 일본 삿뽀로에서 열린 IUGG 총회에는 천황이 총리와 함께 참석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고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총회에도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가 개회식에 참석해 세계 과학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방안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지금의 지구과학은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연구 영역이 아니다. 기후와 에너지, 물과 식량, 지진과 재난, 해양과 극지, 우주환경에서 국가안보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인류의 생존 문제와 직접 연결돼 있다. IUGG 총회를 단순한 국제학술행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현실적인 지원 문제도 있다.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려면 젊은 과학자와 개발도상국 연구자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국제행사 운영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약 5억원 남짓으로 추산되는 송도컨벤시아 대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천시의 지원 또는 면제를 요청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비영리 국제학술행사의 성격과 수천명의 해외 과학자가 인천을 방문하면서 생기는 경제·사회적 효과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10개월 반, 한국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2027년 7월 세계의 과학자들이 송도에 모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총회가 끝난 뒤 “인천에서 무엇이 시작됐는가” 하는 질문이다. 5000명의 과학자가 일주일 동안 머물다 돌아가는 국제행사로 끝날 수도 있다. 반대로 인천에서 만난 젊은 과학자들이 10년, 20년 뒤에도 한국과 공동연구를 이어가고 아시아와 개발도상국 연구자들이 한국을 국제 과학협력의 신뢰할 만한 연결점으로 기억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상묵 교수가 2023년 베를린에서 얻어낸 22표는 총회의 개최권을 가져온 표였다. 이제 남은 10개월 반은 그 개최권을 한국 과학의 장기적인 자산으로 바꾸는 시간이다. 2027 IUGG 인천총회의 진정한 성과는 참가자 숫자나 경제효과만으로 평가되지 않을 것이다. 하나뿐인 지구가 직면한 문제를 앞에 놓고 한국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연결했는가. 그리고 그 연결을 총회가 끝난 뒤에도 얼마나 오래 이어갈 수 있는가.
그 답을 만드는 시간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