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방글라데시의 바누 란잔 차크라보르티 기자와 네팔 카트만두의 비슈누 고탐 기자가 협력해 작성했다. 바누 기자가 전체 기사를 구성하고, 고탐 기자가 네팔 현지의 피해 상황과 구조·수색 관련 내용을 취재해 보탰다. 국경을 넘어 두 아시아 언론인이 함께 완성한 현장 보도다. <편집자주>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촉발된 네팔의 대규모 돌발홍수와 산사태 사망자가 28일 현재 579명으로 늘었다. 실종자는 1,924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외국인은 517명이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은 28일 이같이 밝히고, 실종자 가운데 수력발전 프로젝트 근로자와 직원 933명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구조대는 지금도 생존자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26일 오전 네팔과 티베트 접경 히말라야 지역에서 발생했다. 현재까지 네팔에서 3,700여 명이 구조됐으며 군과 경찰 등 약 1만5000명의 안전요원이 구조·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네팔 관광당국 등에 따르면 실종 외국인 가운데는 인도인 177명, 미국인 90명, 호주인 34명, 영국인 33명, 캐나다인 25명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인도 약 100명이 네팔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피해지역이 험준한 산악지대인 데다 도로와 교량이 대거 파손돼 구조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팔군은 라수와 지역 어퍼 트리슐리 수력발전소 터널에 고립됐던 근로자와 주민 350명을 구조했다. 다만 터널 안에는 아직 100명 이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돼 구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빙하 붕괴가 대홍수 촉발
재난 직후에는 지진이 홍수의 원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지진파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후 해당 신호가 지진이 아니라 빙하와 암석이 대규모로 붕괴하면서 발생한 지진파라고 밝혔다.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하 일부가 무너져 계곡 아래로 떨어지면서 거대한 얼음과 암석 사태가 발생했고, 이것이 강으로 밀려들어 물길을 막았다. 이후 자연적으로 형성된 둑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진흙, 암석이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빙하와 암석, 토사가 뒤섞인 급류는 티베트의 길룽과 네팔의 라수와·누와코트 일대를 덮쳤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지질학자들은 이번 재해가 단순한 집중호우가 아니라 대규모 빙하 붕괴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히말라야 지역의 빙하는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고 있다. 다만 과학자들은 이번 특정 빙하 붕괴가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났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주택·도로·발전시설 광범위한 피해
홍수는 네팔 북부의 주택과 건물, 도로와 교량을 광범위하게 파괴했다. 에너지 부문 피해도 크다. 수력발전 시설 다수가 침수되거나 파손돼 약 431MW 규모의 발전 능력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네팔과 중국을 잇는 주요 교량과 도로도 유실됐으며 일부 마을은 진흙과 토사에 완전히 묻혔다. 특히 라수와와 누와코트 등 산악지역에서는 도로가 끊겨 구조대가 육로로 접근하지 못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 긴급 지원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은 긴급구호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미국은 50만 달러와 재난대응 전문가를 지원하기로 했다. 호주는 500만 호주달러, 약 36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지원과 함께 신속대응팀을 파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위성영상을 이용해 재난지역을 분석하는 코페르니쿠스 긴급관리서비스를 가동했고,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도 의약품과 긴급구호 지원에 나섰다.
새로 생긴 호수, 2차 홍수 우려
구조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또 다른 홍수다. 빙하와 암석, 토사가 강을 막으면서 접경지역 상류에 새로운 호수가 형성됐고 수위가 높아지면서 다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네팔 당국은 하류 주민과 구조요원들에게 경계령을 내리고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피해지역에 외국인이 많았던 이유
이번 피해지역은 히말라야 관광과 종교 순례의 주요 길목이다. 티베트의 카일라스산과 마나사로바르 호수는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 신자들에게 중요한 성지다. 네팔 라수와 지역의 고사인쿤다 호수 역시 대표적인 힌두교·불교 성지 가운데 하나다.
매년 많은 순례객과 관광객이 네팔을 거쳐 카일라스산과 마나사로바르를 찾는다. 특히 이 시기는 순례객과 트레커가 많이 찾는 시기여서 인도인을 비롯한 여러 나라 관광객들이 피해지역에 머물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이번 재난은 네팔 국내의 자연재해를 넘어 여러 나라 국민이 희생되거나 실종된 국제적인 재난으로 확대됐다.
각국 애도 이어져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인명피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애도와 위로를 전하고 있다. 구조당국은 아직 접근하지 못한 지역이 많고 실종자 수가 계속 변하고 있어 사망자와 실종자 집계가 앞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