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간브리핑 8.9~8.15] 광복절 축전과 체육대회 그리고 북러 밀착

북한 뉴스는 핵과 미사일, 군사적 긴장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평양에서는 외교와 과학, 교육과 체육 등 일상의 시간도 흐른다. <북한 주간브리핑>은 이런 북한의 ‘소프트 뉴스’를 함께 살피면서,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북러관계와 전통적 북중관계, 한·미·일을 향한 북한의 강경 메시지를 한 주의 흐름 속에서 읽는다. <편집자>
평양의 일상과 외교…꽃바구니에서 신약·대학체육까지
광복 81주년을 맞은 평양에는 여러 나라에서 축전과 꽃바구니가 이어졌다. 나이지리아의 볼라 아흐메드 티누부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꽃바구니를 보냈고,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도 꽃바구니와 축하편지를 전달했다. 북한은 이런 외교적 의례를 비교적 비중 있게 소개한다. 북한이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다는 외부의 시선과 달리 아시아·아프리카를 비롯한 여러 국가와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라오스의 사이솜폰 폼비한 국회의장이 서거하자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국가장의위원회에 조전을 보냈다. 북한은 폼비한 의장이 북·라오스 친선협조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과 라오스는 1974년 수교했으며, 2025년 10월에는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이 14년 만에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9일 싱가포르 국경절을 맞아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번영과 발전, 사회적 단합을 위한 대통령의 활동에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8년 북미정상회담 장소였던 싱가포르와 북한 사이의 외교관계가 이런 의례를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의학 소식도 나왔다. 북한 의학연구원 의학생물학연구소는 ‘나노금-백금주사약’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는 효과가 높고 백혈구 감소 등의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암 치료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다만 객관적인 임상시험 자료가 함께 공개되지 않아 효능과 안전성은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학교와 체육 현장의 움직임도 이어졌다. 북한에서는 40여개 대학의 교원과 학생 1천여명이 참가하는 전국대학 교원·학생 체육경기가 열렸다. 앞서 1월부터 진행된 전국학생소년 체육경기대회도 12일 폐막했다. 태권도와 농구, 빙상 등 18개 종목이 치러졌다. 핵과 군사뉴스 밖에서 북한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창들이다.
북러, 축전 넘어 ‘함께 싸운 동맹’으로
이번 주 북한 외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축은 단연 러시아다. 광복절을 전후해 양측이 주고받은 메시지에는 단순한 외교적 우호를 넘어 ‘함께 싸운 관계’라는 표현이 반복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14일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를 대동하고 평양의 해방탑을 찾았다. 해방탑은 일본군과 싸우다 숨진 옛 소련군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김 위원장은 북러 사이의 역사와 전통, “혈연의 유대”가 양국 친선협조관계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2024년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체결 이후 김 위원장이 광복절에 해방탑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광복절 축전을 통해 모스크바와 평양의 관계가 “전례 없이 높은”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양국의 공동사업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4년 6월 체결한 북러조약은 한쪽이 무력침공으로 전쟁상태에 놓일 경우 다른 쪽이 군사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북한은 같은 해 가을부터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했다.
평양에서도 러시아의 광복절 행사가 열렸다. 블라디미르 토페하 주북러시아 임시대사대리는 13일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연회를 열었고 북한 외무성 간부들이 참석했다. 러시아대사관 관계자들은 이튿날 평양 해방탑과 소련군열사묘뿐 아니라 원산·함흥·남포·신의주 등 각지의 소련군 기념비와 묘지에도 꽃을 바쳤다.
러시아에서 나온 메시지는 더 강했다. 안드레이 벨루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쿠르스크에서 싸운 북한군의 전투를 높이 평가하면서 올가을 쿠르스크에 북한군과 러시아군의 전투를 함께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일시적인 군사협력이 아니라 양국이 공동으로 기억하고 기념할 역사로 만들고 있는 셈이다.
군사협력의 규모가 더욱 커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교도통신은 우크라이나 국방정보 당국 자료를 토대로 북러가 오는 11월 말까지 러시아 내 북한군을 현재 약 1만명 수준에서 최대 5만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군을 쿠르스크뿐 아니라 브랸스크·벨고로드 등 러시아 서부 국경지대에 배치하고, 그곳의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에 집중하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북한 미사일부대 약 90명이 러시아 보로네시주에 배치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다만 이는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에 근거한 내용으로 실제 추가 파병 규모는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흐름을 종합하면 북러관계는 정상 간 친분이나 무기거래 차원을 넘어 조약·파병·전투·추모와 기념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혈맹’이라는 정치적 수사가 실제 군사협력과 역사기억의 영역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북중 “새 전성기”…러시아 일변도는 아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지만 중국과의 전통적 관계도 다시 강조되고 있다. 김명수 북한 외무성 부상은 13일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열린 북중 우호교류 행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을 거론하며 북중관계가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 역시 양국이 정상 간 합의를 이행하면서 관계 발전을 위한 힘을 축적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단결과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의 주요 간부들과 중국대사관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에서도 양측이 관계 개선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북한의 외교를 ‘러시아로의 일방적인 이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러시아와는 군사동맹적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중국과는 전통적 사회주의 우호와 경제·외교 협력이라는 또 다른 축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일본 비판에서도 중국·러시아와 이해가 겹치는 대목이 나타난다. 북한은 일본의 2026년 방위백서를 “전쟁기계 가동의 합법화를 노린 재침백서”라고 규정했다. 일본 방위백서가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군사활동을 안보위협으로 제시한 데 맞서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오히려 지역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것이다. 북한의 대일 비판에는 자신의 무력증강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보조를 맞추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일에는 다시 날을 세운 평양
러시아와 중국에 우호 메시지를 보내는 평양은 한국과 미국, 일본에는 정반대의 언어를 사용했다.
북한 외무성은 오는 17일부터 27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반발해 “임의의 위협과 도전도 철저히 불허하려는 우리의 대적 입장은 보다 명백히 표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책임적이고 단호한 정당방위권 행사”도 언급했다. 올해 하반기 UFS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다.
미국의 핵전략 논의에도 즉각 반발했다. 북한 군사논평원은 미국이 저위력 전술핵무기의 비중을 높이는 새로운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거론하며 이를 세계 안전환경을 핵전쟁의 임계점으로 몰아가는 “중대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북한은 이에 맞서 자위적 핵억제력을 계속 확대·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추진을 향해서는 표현이 더욱 거칠었다. 장금철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 도미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생존 불가능, 재생 불가능의 보복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를 자신의 핵·군사력 강화 논리와 연결했다.
일본을 향해서는 과거사와 군사대국화 문제를 동시에 제기했다. 북한은 일본 방위백서를 ‘재침백서’라고 비난하며 일본이 패전 이후에도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북한·중국·러시아를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이 현실을 뒤집은 것이라는 것이 북한의 논리다.
이번 주 북한, 우호와 대결의 두 얼굴
이번 주 평양의 외교지도는 그래서 비교적 뚜렷하다. 러시아에는 ‘전투적 우의’와 동맹, 중국에는 ‘전통적 우호’와 협력이라는 언어를 사용했다. 반면 한국·미국·일본에는 핵과 군사력, 전쟁 억제라는 언어로 맞섰다.
하지만 북한을 이것만으로 읽으면 절반만 보는 셈이다. 같은 한 주에 평양에서는 대학생들이 체육경기를 하고, 연구소는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을 선전했으며, 김정은은 싱가포르 대통령에게 국경절 축전을 보냈다. 나이지리아와 팔레스타인에서는 꽃바구니가 왔고 라오스 지도자의 죽음에는 조의를 표했다. 북한의 이런 일상과 외교의 작은 움직임까지 함께 놓고 볼 때, 핵과 미사일 너머에서 움직이는 북한 사회와 대외관계의 좀 더 입체적인 모습이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