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권태상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학전문학술지 『저스티스』 2026년 8월호에 ‘공인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에 관한 판단기준’을 발표했다. 두 교수는 공인을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보도할 공익이 큰 사람’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자발성·공공성·유명성을 기준으로 보도 허용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시아엔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 글은 그 두 번째 순서다. <편집자>

공인은 실제 재판에서도 일반인보다 이기기 어렵다
이번 논문의 중요한 특징은 판례를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언론 관련 소송의 결과를 통계적으로 검증했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언론중재위원회의 언론 관련 판결 분석자료를 바탕으로 공인과 사인의 명예훼손 소송 승소율을 비교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공인이 원고가 된 전체 명예훼손 사건은 193건이었고, 이 가운데 일부라도 승소한 사건은 77건으로 승소율은 39.8%였다. 같은 기간 사인이 원고가 된 사건은 143건, 승소 사건은 73건으로 승소율은 51%였다. 손해배상청구만 비교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공인의 승소율은 31.3%인 반면 사인은 50%였다. 즉 공인이 언론보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이길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았다.
단체의 승소율도 37.1%로 사인보다 낮았다. 언론사의 승소율은 특히 낮았다. 2021~2023년 언론사가 원고가 된 10건 가운데 승소는 한 건에 그쳤다.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 보도를 할 수 있고, 타인을 비판하는 자유를 넓게 누리는 만큼 자신에 대한 비판도 폭넓게 감수해야 한다는 법리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도 뚜렷했다. 공인의 전체 사건 승소율은 2012~2015년 53.3%에서 2016~2019년 43.9%, 2020~2023년 40.8%로 계속 낮아졌다. 손해배상 사건 승소율 역시 같은 기간 42.5%에서 38.1%, 32.7%로 감소했다.
반면 사인의 승소율에서는 이 같은 지속적인 하락 추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법원이 갈수록 공인에 대한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중시하고, 공인의 인격권 제한 범위를 넓혀온 결과로 분석한다. 특히 공인 보도를 폭넓게 보호하는 대법원 법리가 하급심 재판에서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이후라고 평가했다.
공인 내부에서도 승소율 차이는 컸다. 2021~2023년 전체 명예훼손 사건 승소율은 정치인 27.8%, 전문인 21.7%, 공직자 51.6%, 기업인 50%, 언론인 57.1%, 연예인 90%였다. 손해배상 사건에서는 정치인 24.6%, 전문인 13.8%, 공직자 21.4%, 기업인 17.6%, 언론인 27.7%, 연예인 87.8%로 나타났다.
연예인의 승소율이 유난히 높은 것은 연예인이 공인으로 불리더라도 보도의 상당 부분이 공적 활동이나 사회적 영향력보다 사생활과 가십에 집중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비판은 민주주의의 감시기능과 직접 연결되지만, 연예인의 연애·이혼·가족 문제는 공익성이 약한 경우가 많다.
이는 ‘공인’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모든 사람을 똑같이 취급할 수 없다는 연구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공인 여부만 확인하고 보도를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공인이며 보도 내용이 그 공인성의 근거와 실제로 연결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은 ‘상당성’, 공직자 비판은 ‘악의성’이 기준
논문은 공인 보도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언론보도로 타인의 명예가 훼손되더라도 보도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진실한 경우에는 위법하지 않다. 내용이 결과적으로 진실로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취재 당시 언론사가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를 ‘상당성 법리’라고 한다.
상당성이 인정되는지는 정보원의 신뢰성, 피해자에 대한 확인 취재 여부, 보도의 긴급성과 시의성, 사실 확인의 난이도, 표현방식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단순히 “취재원이 그렇게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 등 공적 존재에 대한 보도에는 표현의 자유를 더 넓게 인정하는 ‘악의성 법리’가 적용된다.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 직무수행에 대한 의혹 제기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인을 비판한다는 명분이 모든 표현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구체적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사실 확인 노력을 거의 하지 않은 채 중대한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하거나, 상대방을 모멸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위법할 수 있다.
논문은 현행 판례에서 상당성 법리와 악의성 법리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악의성 법리가 상당성 기준을 완화한 것인지, 공인 보도에만 적용되는 독자적인 면책사유인지 분명히 해야 재판 결과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인도 사생활과 내밀한 영역은 보호받아야
사생활 침해는 명예훼손과 판단구조가 다르다. 명예훼손에서는 보도 내용의 진실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생활 침해는 내용이 진실하더라도 문제가 된다. 오히려 사실이기 때문에 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 법원은 사생활 보도가 공중의 정당한 관심 대상이고,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며, 표현 내용과 방법이 부당하지 않을 때에만 허용될 수 있다고 본다.
공직 후보자의 전과나 재산은 공직 수행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공인이 자신의 지위나 직업적 영향력을 이용해 범죄 단속을 피하려 했다면 그 행위와 신원을 공개할 공익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유명인의 이혼 사유, 질병, 성관계, 비공개 장소에서의 가족 모임처럼 내밀한 사생활은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할 수 없다. 대중이 궁금해한다는 사실과 국민이 알아야 할 공익은 다르기 때문이다.
논문은 질병과 성생활 등 사적이고 내밀한 영역은 공인도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적 지위를 선택하거나 유명인이 됐다고 해서 자신의 가장 은밀한 영역까지 공개되는 데 동의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보도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공익적 내용을 전달하는 데 당사자의 얼굴이나 이름이 필요하지 않다면 익명 처리해야 한다. 비공개 장소를 무단 촬영하거나, 도청과 무단침입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취재하는 행위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SNS에 공개된 사진이라고 해서 언론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본인이 잠시 올렸다가 삭제했거나, 제3자가 동의 없이 촬영해 게시했거나, 사진 속에 공인이 아닌 가족과 연인이 함께 있다면 별도의 인격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유명인의 가족과 사건 피해자는 공인이 아니다
논문은 공인 보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으로 ‘비자발적으로 대중의 관심 대상이 된 사람’을 주목한다. 유명인의 배우자나 자녀, 부모와 형제, 연인이라고 해서 자동으로 공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 후보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관계를 이유로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감시와 비판을 감수하라고 요구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 피해자와 재난·사고 피해자 역시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회적 관심을 받더라도 공인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언론보도로 인한 2차 피해에 특별히 취약하다. 이들에 관한 보도가 허용되려면 단순한 관심 이상의 별도 공익이 있어야 한다. 유명인과의 관계를 보도하는 경우에도 공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미성년자는 보호 필요성을 더욱 무겁게 고려해야 한다.
범죄혐의자 역시 범죄의 중대성과 공적 역할 등을 따져야 한다. 유죄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추정 원칙을 지켜야 하고, 신상 공개는 관련 법률이 정한 절차와 요건을 따라야 한다.
연구진은 자발성이 없는 범죄·재난 관계자와 공인 가족·지인을 공인으로 묶어 언론의 자유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선을 긋는다. 이들에 대한 보도는 공인 보도로 보호되지 않으며, 인격권 제한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공익이 별도로 입증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