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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조용한 살인자…젊다고 안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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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Hypertension)은 혈압이 정상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말한다.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과 레닌-안지오텐신(Renin-Angiotensin) 기전에 의한 체액성 요인이 주요 원인이며, 가족력, 흡연, 고령,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발생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약 30%가 고혈압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혈압의 90% 이상은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 이다. 나머지 5~10%는 신장질환이나 내분비질환 등 명확한 원인이 있는 이차성 고혈압에 해당한다. 본태성 고혈압은 유전적 요인에 노화와 비만,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최근에는 젊은층에서도 고혈압이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대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충남대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30대 고혈압 환자는 2015년 인구 1000명당 10.7명에서 2023년 18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혼자 사는 남성에서 발생 위험이 높았으며, 잦은 음주와 불규칙한 식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젊으니까 혈압이 조금 높아도 괜찮다”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젊은 나이에 시작된 고혈압은 오랜 기간 혈관을 손상시켜 뇌졸중, 심부전, 만성콩팥병 등 각종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흔히 ‘조용한 살인자(Silent Killer)’ 라고 불린다.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목덜미가 뻣뻣하면 혈압이 높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스트레스로 인해 근육이 긴장하면서 혈압이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한 번의 측정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처음 측정한 혈압이 높으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최소 두 차례 이상 다시 측정해야 한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혈압은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자에 앉아 5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심장 높이에 맞춘 팔에서 측정해야 하며, 측정 전 30분 동안에는 흡연과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혈압은 2분 간격으로 두 차례 이상 측정해 평균값을 사용하며, 두 측정값의 차이가 5mmHg 이상이면 한 번 더 측정한다. 가장 정확한 검사법은 24시간 활동혈압검사다.

고혈압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혈관은 조금씩 손상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과 뇌, 신장에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6 진료지침이 달라졌다…치료도 더 정밀하게

대한고혈압학회는 최근 ‘2026 고혈압 진료지침’ 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혈압 기준을 수정한 것이 아니라 초고령사회, 디지털 헬스케어, 젊은 고혈압 환자 증가, 비만 확산 등 변화한 의료환경을 적극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이완기 단독 고혈압(Isolated Diastolic Hypertension)’ 을 별도로 분류한 것이다. 기존에는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을 하나의 기준으로 관리했지만, 이번에는 수축기 혈압은 정상인데 이완기 혈압만 높은 경우를 독립적인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는 젊은 층에서 이완기 단독 고혈압이 흔하며, 장기적으로 심혈관질환과 장기 손상 위험을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증상이 없더라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번 지침은 커프리스(Cuffless) 혈압계도 처음으로 임상 활용 장비에 포함했다. 기존 혈압계는 팔에 커프를 감아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반지형·손목형·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들 기기는 일상생활이나 수면 중에도 연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어 하루 동안의 혈압 변동성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병원에서 한 번 측정한 혈압보다 실제 생활 속 혈압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약물 치료도 한층 강화됐다. 기존에는 저염식, 운동, 절주, 금연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전자담배 금연스트레스 관리가 새롭게 강조됐다.

특히 호흡훈련, 명상, 마음챙김(Mindfulness) 등 심리적 안정과 자율신경 균형을 돕는 방법이 치료 전략에 포함됐다. 고혈압이 단순히 혈관의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와 수면, 자율신경계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최신 의학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목표 혈압도 일부 환자군에서는 더욱 엄격해졌다.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는 기존처럼 140/90mmHg 미만을 유지하도록 권고하지만,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콩팥병, 뇌졸중 환자는 130/80mmHg 미만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대규모 국제연구에서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심혈관질환과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감소시킨다는 결과가 잇따라 발표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1990년 약 5%에서 최근 62%까지 향상됐다. 그러나 여전히 약 40%의 환자는 혈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혈압을 단순히 혈압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 노화 질환’ 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미루는 사이 혈관은 계속 손상되고, 결국 심장과 뇌, 신장에 돌이킬 수 없는 합병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치료를 늦추지 않는 것이다.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혈압 관리가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생활습관이 최고의 치료…꾸준한 관리가 생명을 지킨다

고혈압은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약을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체중 조절, 식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금연과 절주 등은 모든 고혈압 환자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기본 치료다.

최근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60세 이상 고혈압 환자 1만4246명을 약 16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연구 결과는 의미가 컸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진료받은 환자일수록 입원 횟수가 적었고, 전체 의료비와 방문당 의료비, 연간 의료비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진료 연속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남성은 약 34%, 여성은 약 30% 낮았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이는 고혈압 치료가 단기간의 처방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담당 의료진과 꾸준히 상담하고 치료를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합병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 고혈압 예방을 위한 7가지 생활수칙

① 음식을 싱겁게 먹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한다.

②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③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④ 금연하고 음주는 절제한다.

⑤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다.

⑥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한다.

⑦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하고 진료를 받는다.

△ 식생활 관리

고혈압 관리에서 식사요법은 매우 중요하다.

▲ 하루 소금 섭취량은 6g 이하로 줄인다.

▲ 칼륨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한다.

▲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인다.

▲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다.

칼륨(Potassium)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촉진해 혈압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염분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쉽게 올라가므로 가공식품과 국물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 생활습관이 최고의 치료

고혈압 환자는 무엇보다 체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체중 감량만으로도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약물의 치료 효과도 높일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뇌졸중 위험을 높일 뿐 아니라 약물 치료 효과도 떨어뜨린다. 따라서 절주를 넘어 가능하면 금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규칙적인 유산소운동은 혈압을 낮추고 심장 기능을 향상시키며, 충분한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역시 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맺음말

국내 고혈압 조절률은 크게 향상됐지만 아직도 많은 환자가 자신의 혈압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치료를 중단하고 있다.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혈관을 손상시켜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만성콩팥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고혈압은 완치보다 평생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다.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꾸준한 진료,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건강한 노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작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혈관을 살리고, 결국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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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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