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람칼럼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유마거사와 꽃잎…한 의사의 투병기를 읽고

여자 동료 의사의 투병기와 그 극복의 이야기를 읽었다. 유방암 두 번을 지나오며, 그녀는 환자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았다. “저도 암을 겪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의사와 환자는 서로 다른 강을 건너는 이들이 아니라 같은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 진실한 문장을 읽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유마거사(維摩居士)였다. 『유마경』에서 유마힐은 병들어 눕지만, 그것은 단순한 육신의 병이 아니다.-본문에서

여자 동료 의사의 투병기와 그 극복의 이야기를 읽었다. 유방암 두 번을 지나오며, 그녀는 환자 앞에서 자신의 상처를 숨기지 않았다. “저도 암을 겪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의사와 환자는 서로 다른 강을 건너는 이들이 아니라 같은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 진실한 문장을 읽는 동안, 나는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떠올렸다. 바로 유마거사(維摩居士)였다. <유마경>에서 유마힐은 병들어 눕지만, 그것은 단순한 육신의 병이 아니다.

그는 말한다. “중생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以諸眾生病 是故我病) 그의 병은 대비(大悲)의 병이며, 고통을 함께 끌어안기 위한 연기의 실천이다.

흥미로운 장면이 있다. 부처는 제자들에게 “유마거사를 문병하고 오라”고 하지만, 10대 제자와 성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젓는다. 유마힐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예리해 감히 맞대고 논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이 나선다.

문수보살이 유마힐의 병실에 도착하여 안부를 묻자, 유마힐은 오히려 그에게 되묻는다. “문수여, 병이란 어디에서 오며 누구의 것인가?” “병든 몸과 병 없는 지혜는 둘인가, 하나인가?” 문수보살은 잠시 말을 잃는다. 병문안을 왔다가 오히려 병의 본질을 다시 배워 돌아가는 장면-이 역전의 장면이 <유마경>의 백미다.

나는 동료 의사의 글에서 바로 그 장면을 떠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환자에게 마음의 숨을 틔워 주었다. 그리고 그 만남 속에서 자신도 환자에게 치유받는다고 고백했다. 그것은 유마힐이 보여준 불이(不二)의 깨달음, 즉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라는 병상의 지혜와 겹친다. 병이 의사만의 것도, 환자만의 것도 아니며, 삶의 무게 속에서 서로의 그림자가 스며드는 한 자리에서 함께 아프고 함께 건너는 것이다.

이제 한 달 채 안돼 석가탄신일이다. 봄볕 아래 <유마경>을 펼쳐 놓으면 바람에 흩날린 꽃잎이 글자들을 가릴 때가 있다. 예전에는 그 꽃잎을 털어내며 글자를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가려진 글자를 굳이 읽어야 할까? 어쩌면 불이의 진리는 꽃잎 아래 보이지 않는 그 글자에도 이미 적혀 있다. 보이지 않아도, 읽히지 않아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병든 몸과 건강한 몸, 의사와 환자, 나와 너-모두가 꽃잎처럼 잠시 스쳐 지나가는 구분일 뿐이다. 꽃잎이 글자를 덮어도, 말씀은 이미 그 아래 살아 있다.

올해 석가탄신일의 봄빛 속에서 유마힐의 병상을 떠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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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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