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 싸움에 볼모로 잡힌 이란 女權
여권신장 구체적 방안 없어…이혼율↑ 결혼율↓
이란에서 개혁파 정권의 출범에도 개혁파와 보수파 간 정치 싸움으로 여성 권리가 볼모로 붙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지난해 이란에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정권이 들어섰지만 여성들의 권익은 차이가 없다고 보도했다.
25세 이하 여성 실업률은 여전히 42.3%에 달하고 여성의 경제·정치적 권한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글로벌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경제 참여 부문에서 세계 136개국 중 130위, 정치 권한 부문에서도 129위를 차지하는 등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처럼 이란의 여성 권리수준이 하위권에서 맴도는 이유는 이란의 개혁파와 보수파가 정치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인 로하니 정권은 말로는 여권 신장에 대해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 20일 ‘여성의 날’ 연설에서는 “우리 사회의 절반을 구석에 몰아넣을 수 있겠냐”며 여성들이 2등 국민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또 “여성은 동등한 기회와 책임, 사회적 권리를 가져야 하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고백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반대파와의 충돌을 피하려 여권 신장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의회를 장악한 보수파는 지난 20년간 개혁파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여성들이 개혁파 정권에 실망하게 하려고 계속 여권 신장을 방해하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역시 여성의 실업률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여성에게 가장 큰 문제는 건강, 안전 그리고 가정 평화”라고 일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페르시아력으로 지난해(2013.3.21∼2014.3.23) 이혼율은 전년보다 4.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결혼율은 4.4% 감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