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 칼럼] 방글라데시 최저임금 인상파업, 그 복잡한 그림
올 9월 말, 방글라데시 근로자 5만 명은 최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6일간 파업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1만 명이 고속도로를 점거하며 파업을 강행했고 파업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력이 투입 되었다. 진압 과정에서 100여 명의 경찰과 근로자들이 상해를 입었고, 대규모 파업은 일단락되었다.
파업은 어느 국가에나 있다. 특히 임금인상 파업은 너무 일반적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노동계는 다양한 사건들로 국제적인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고, 최저 임금 인상이 방글라데시 국가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특히 주목을 받았다.
현재 방글라데시는 중국 다음으로 의류를 많이 수출하는 국가다. 방글라데시 섬유산업 규모는 22억불로 이는 전체 수출액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다수의 개발도상국이 그렇듯 방글라데시 섬유 산업 성장도 기술력보다 저임금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최저 임금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3000 다카(약 $39)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섬유 수출 경쟁국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절반 수준이다. 방글라데시 제조업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74로, 월 평균 급여 $54인 미얀마 근로자 다음으로 아시아에서 임금이 낮다.
올 9월 다카 경제연구소 CPD(Centre for Policy Dialogue)가 도시에서 기초 생활을 위해 필요한 최소 금액을 6450 다카로 산정하여 발표함으로써, 현재 방글라데시의 최저 임금이 기초적인 생활에도 부족함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번 대규모 파업의 원인은 절대적인 임금 부족만은 아니었다. 근로자들의 대규모 파업참여를 이끌어 낸 것은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한 산업체 사고였다.
작년부터 섬유산업체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작년 11월 타즈린 공장 화재 사고로 약 120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2013년 4월 섬유공장 밀집 건물 라나 프라자 사태에서는 1100여 명의 근로자가 사망했고, 하반기엔 가지푸르 공장 화재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을 겪으면서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은 근로 환경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을 갖게 되었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듯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3000 다카의 2.7배에 달하는 8114 다카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와 기업인들과 협상하는 자리에서 6000다카 이하로는 절대 임금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근로자 대표는 임금 협상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파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기업인 협회 측은 최저 임금 협상 초기 20~30%(약 3600다카)의 인상안을 계획했다. 그러나 대규모 파업 이후 50~80%까지 고려하였고 있다. 기업체들은 임금 인상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임금이 인상될 경우 방글라데시 생산 의류 가격이 올라가고, 그렇게 되면 해외 구매자들이 거래처를 다른 국가로 옮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높은 임금 인상은 방글라데시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50~ 80%의 최저 임금이 인상 될 경우, 5~ 15%의 제품 가격 인상이 예상되고 있고, 의류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의류 구매업체에 임금 인상분에 따른 비용 부담이 가능한지 타진하고 있다.
최저 임금 협상 갈등에서 근로자와 기업인 외에 역할이나 파급이 결코 작지 않은 제 3자가 있다. 바로 방글라데시 정부와 글로벌 의류 구매업체이다. 글로벌 의류 구매업체들은 표면적으로는 최저 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글로벌 의류구매업체에는 월마트, JC 페니(JC Penney Co Inc), H&M 등 유명 의류 업체들도 포함되어 있다. 월마트 대변인은 언론에서 “의류업체 근로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최저 임금 인상을 지지하기 위해 주주들과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고, H&M 대표도 ‘매년 최저 임금을 개정할 것을 촉구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속내는 언론에 비치는 모습과 일치하지는 않는 듯하다. 현재 월마트는 방글라데시 의류 생산업체에 ‘임금 인상은 근로자와 생산업자의 문제이지 의류 구매 업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통보했고, 다른 의류 구매 업체들의 동조를 구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최저 임금문제에서 ‘진퇴양난’에 처해있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임금 인상을 달성하려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도 국제적인 이미지와 정권 교체를 염두 하여 근로자들의 입장을 수용하려는 자세로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이 너무 많이 오를 경우 방글라데시 투자 메리트가 줄어들어 기업 유치가 어려워 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금 인상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할 경우 기존 글로벌 의류 구매 업체가 구매처를 다른 국가로 옮길 수 있고, 이는 기존의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11월 현재 방글라데시 임금 위원회는 기존 최저 임금에서 80%인상된 5300다카(약 $68) 임금 안을 정부에 제안했고 특별한 이변이 없으면 최종 임금으로 결정될 것이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의 대규모 파업과 국제적인 압력으로 최저 임금 80% 인상이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방글라데시 최저 임금은 $100달러 이하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낮은 수준이 되고, 방글라데시의 저임금 메리트는 여전히 유지 될 것이다.
다양한 관계가 얽혀 복잡한 그림 같았던 방글라데시 최저 임금인상 문제는 일단락될 것 같다. 어쩌면 각계가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하고 있어 복잡한 갈등은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그림에서 방글라데시 정부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뒤로 한 채 저임금 유지에 집중했던 정부의 모습이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영 한국외국어대학교 북벵골만 사업단 전임연구원>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