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세계여행 1번지’ 손색없네

테헤란 바자르 <사진=위키피디아>

[Country in Focus]?시라즈~테헤란 13일 종주기행

이란 시라즈 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9월27일 새벽이었다. 카타르 도하에서 시라즈로 가는 카타르항공편 승객은 대부분 이란사람들, 외국인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도착비자(VOA) 받는 것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까다롭지 않았다. 담당직원은 친절하지도, 각박하게 굴지도 않았다. 인터넷에서 확인한대로 준비했던 사진은 필요 없다고 했다. 여행보험증서를 제출한 덕분에 여행보험을 다시 사라는 요구도 받지 않았다.

비자 값은 25유로였는데 미국 돈으로 반올림 환산해서 34달러를 냈다. 이란이 외국인들에게 도착비자를 발급, 입국절차를 간소화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고 한다. 그 전에는 한국에서 사전 비자를 신청해야 했는데 이란인이나 여행사로부터 초청장을 미리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상당히 번거로울 뿐 아니라 적잖은 추가 비용이 들었다.

이란을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꽤 오래된 일이다. 10여 년 전 아테네에서 이스탄불까지 24시간을 달리는 직행버스를 타고 터키에 처음 갔을 때는 에페소스와 안탈랴, 보드룸을 거쳐 코스와 로도스 섬을 갈 계획이어서 이란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몇 년 전 코카서스 지역을 갔을 때도 터키를 거쳐 루마니아 등 발칸국가들을 둘러보느라고 이란은 또 한 번 건너뛰어야 했다.

그때 조지아를 떠나 아르메니아로 가는 야간열차에서 테헤란 한국학교 교사를 하고 있다는 젊은 처녀를 만났는데 “이란은 남한과 북한 양쪽 모두에게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나라”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북한은 이란과 무기와 석유를 맞바꾸고 남한은 이란에 자동차와 산업기계, 가전제품 등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스파한은 이란에서 셋째로 큰 도시다. 이란 여성들이 이스파한 자얀데루드 강가에 앉아 있다. <사진=신화사>

이란은 나라 전체가 2013년 현재 세계 최고의 관광 여행지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다. 2500년 이상 오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적, 사막과 숲, 산과 호수, 바다 등 다양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외국인에게 한없이 친절하고 잘 대해주는 사람들, 깨끗한 거리와 난방과 온수가 확실한 숙소, 풍성한 음식과 달콤한 간식거리, 버스전용수송시스템(BRT)에 지하철까지 고루 갖춘 대중교통, 편리한 고속버스와 철도, 부담 없는 국내선 항공 등 도시 간 교통 등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강점이다.

가장 좋은 것은 가격이 착하다는 점. 터키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2012년 초반 이란의 리알(Rial)화 가치는 절반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같은 기간 물가가 25% 올랐기 때문에 외국 여행자들은 실제로 60% 정도 이득을 본 셈이다. 물가가 급등한 것은 1980년부터 유류와 가스, 빵·설탕·쌀·식용유 등 식료품과 의료비에 대한 보조금을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가면서 생필품 가격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4인 가족연간 평균 수입은 3600달러인데, 그보다 많은 4000달러의 에너지 보조금을 받아왔다. 이란 정부는 매년 최고 1000억 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해왔다. 최근 이란의 휘발유 값은 1리터당 41센트 정도인데 한때 10여 센트에 불과했다고 한다.

친절한 이란인, 택시비까지 내줘

이란 정부는 보조금을 줄이는 대신 국민들에게 매달 15달러 정도의 ‘야라네(보너스 성격의 돈)’을 직접 지급하고 있다. 도시 사람들은 “이런 푼돈을 누구 코에 바르냐”고 불평을 터뜨리지만 돈을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이 90%가 받아간다고 한다. 재벌급이 아닌 다음에야 돈 있는 사람도 “세금을 많이 냈으니 당연히 받을 자격이 있다”며 꼬박꼬박 챙긴다는 것이다.

여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히잡을 써야 하고 신용카드와 ATM은 국내 발행 카드 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란은 치안이 매우 잘 돼 있고 범죄도 드문 편이다. 시라즈에서 호텔 근처에 경찰서가 있기에 길을 물어봤더니 한 경찰관이 가까운 버스종점으로 안내해 탈 버스까지 찾아줬다. 테헤란 시내에서 공항 가는 버스에서 만난 한 신사는 대중교통이 없는 마지막 구간에서 택시를 잡아주고 요금을 대신 치러주기도 했다.

테헤란 바자르 <사진=신화사>

대부분 사람들이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어보고 “코리아”라고 대답하면 반드시 “남쪽이냐, 북쪽이냐”를 캐물었다. “남쪽”이라고 하니 호의적인 말을 퍼붓는다. “북쪽”이라고 했어도 나름대로 뭔가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짐작됐다. 여자들은 드라마 <대장금>(“양금”이라고 발음한다)을 거의 봤고, 남자들은 <주몽>을 대부분 본 것 같았다. 눈치에 남자들도 <대장금> 봤지만 여자 드라마랍시고 봤다는 말을 안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13일 동안 돌아본 코스는 시라즈~야즈드~마샤드~이스파한~카즈빈~라시트~사리~테헤란이었다. 시라즈에서는 시인 하페즈 묘소와 고대 페르시아 수도 페르세폴리스, 야즈드에서는 조로아스터 배화교 신전, 마샤드 가는 고속버스에서는 옆 좌석의 두 청년이 마약 운반을 하다가 마샤드 입구 검문소에서 탐지견에게 걸려서 경찰에 체포당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마샤드는 이맘 레자의 영묘 하나 때문에 인구 296만 명의 이란 제2의 도시가 형성된 이슬람 시아파 성지다. 때마침 의식으로 엄청난 인파에 휩쓸리면서 비이슬람 교도에게는 금지된 성역까지 들어가 이맘 레자의 관을 직접 만져보기까지 했다. 메카를 순례한 사람에게 ‘하지’라는 존칭이 붙듯이 마샤드의 사원을 다녀오면 이름 앞에 ‘마슈티’라는 경칭을 붙인다고 하니 나는 얼떨결에 ‘마슈티 리’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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