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동협력포럼에서 만난 여고생들
“한국과 아랍권의 가교역할 할래요”
23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제10차 한-중동협력포럼에서 행사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참석자를 만났다.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어야할 여고생 세 명이 교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었던 것. 영어로 진행되는 딱딱한 국제학술행사, 그중에서도 일반인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중동관련 포럼에서 여고생을 만나는 건 의외였다.
반가운 마음에 어떻게 포럼에 참석하게 됐냐고 묻자 문지혜(분당 태원고 3년)양이 “행사 소식을 듣고 체험학습을 신청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 옆에 앉아 있던 이선혜, 장우선(이상 서울 영파여고?2년)양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국제 정치외교에 관심이 많은 열혈 여고생이었다. 특히 문지혜 양은 이슬람교를 믿을 정도로 아랍에 대한 애정이 컸다. 문양은 “어렸을 때 무역업을 하신 아버지께서 세계 여러 나라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자주 보여주셨는데, 황량한 사막, 낙타, 그리고 지저분한 모습들이 마음을 끌었다”며 “그러다 이라크전쟁을 TV에서 보게 되면서 이슬람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알아간 이슬람은 테러와는 무관한 평화적인 종교였다. 그래서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게 됐고 지난 라마단 기간에는 완벽하진 않지만 무슬림들처럼 금식하고 기도하는 생활을 했단다. 대학도 아랍권 유학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선혜, 장우선양은 문지혜 양처럼 아랍에 대한 관심보다는 국제정치나 국제경제에 관심이 많아 참석한 케이스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전기를 읽으면서 외교관의 꿈을 가졌다는 이선혜 양은 “중동을 비롯해 전 세계 뉴스에 관심이 많다”며 “대학도 정치외교 전공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학교 친구 장우선 양도 “이번이 처음 참석한 국제학술행사인데 세계 경제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포럼 중간에?다른 일정이?있어 기자는 발표를 다 듣지 못하고 떠났지만 이들은 포럼이 끝나는 오후 6시까지 남아 자리를 빛냈다. 카카오톡으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장문의 답변을 보내왔다. 이들의 답변을 가감 없이 그대로 옮긴다.
“예전에 한국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로 손꼽히는 이희수 교수님의 포럼(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에 참석했고 포럼의 내용을 바탕으로 강의했던 수업(이슬람 관련)도 들었습니다. 제가 아랍 중동 이슬람에 관심이 워낙 많아서 인터넷에 있는 기사는 거의 다 읽는 데요. 제가 혼자서 읽었던 것, 공부했던 그 기사를 직접 쓰고 서적을 직접 저술했던 분들을 실제로 뵙고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흥분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유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시기였는데, 제 목표, 미래에 대해 더 구체적이고 확고해지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정말 팬이었던 서정민 전 중동 특파원(한국외대 대학원 교수)과 김종용 전 사우디 대사님을 뵐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매달 말에 한남동 이슬람 사원에서 올바른 이슬람을 알리는 ‘쌀람누리’라는 프로그램이 열려요. 혹시 이슬람에 관한 활동들을 조사(?)하시게 되면 참고해주세요”(문지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포럼 참석하고 좀 더 진지하게 제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중동 쪽에도 관심이 생겨서 더 알아볼 계획이에요. 오늘 많은 분들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장우선)
“처음에는 중동에 대해 약간의 지식만 들었지 이렇게 자세하게 들은 적이 없었는데, 경제분야랑 다양한 분야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을 듣고 우리나라와 그 나라의 상호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특히 제일 집중했던 부분이 핵분야였습니다. 저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내용이 나오면 매일 TV뉴스만 보면서 한창 아빠와 열을 올리며 얘기했었는데 이렇게 직접 들으니까 기분이 남달랐던 것 같았어요.?패널 분들 얘기도 귀담아 듣게 되고, 대담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부분에서도 감명 받았었어요. 이런 체험을 하게 돼 정말 기쁘고 다음에도 이런 포럼이 있다면 언제든지 체험학습서를 제출하고 올 생각입니다.”(이선혜)
한편 한아랍소사이터이가 주최한 이날 포럼 제3세션에서?박현욱(카타르 조지타운대)·이유정(연세대) 엘네피제 대학생 중동학회원, 피터 리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원 등 차세대 중동전문가들이 발제자, 토론자와 나와?앞으로?한중동 관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