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전문가 칼럼] 테러리스트 ‘벨목타르’, 이슬람제국 부활 꿈꾼다

벨목타르

음자브 출신의 가장 근원적인 이슬람원리주의자???

이집트와 시리아 사태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지만 북아프리카에서 이슬람 테러 집단의 이합집산이 예사롭지 않다. 이집트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무르시 정부가 군부에 의해 전복되는 과정과 알제리와 말리에서 세속주의 정권에 맞서는 과정에서 북아프리카 이슬람 테러 집단들이 전열을 재정비하며 세규합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그 중심에서 벨목타르(42, Mokhtar Belmokhtar)라는 인물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2013년 1월 알제리 인 아메나스(In Amenas) 가스전에서 38명의 인질 사망, 27명의 테러범 살해를 유발했던 벨목타르는 이후 북아프리카 테러를 진두지휘하면서 지역내 이슬람제국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최근 이집트 사태로부터 말리, 니제르까지 그의 말은 나름 이 지역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이런 분위기를 틈타 벨목타르는 말리와 알제리를 중심으로 이집트 이슬람주의자들에게까지 손을 뻗고 대서양의 세네갈 무슬림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그는?알려졌듯 19살에 아프카니스탄 전에 무자헤딘으로 참전하고 1990년대 알제리 내전에서 활약했으며 ‘애꾸눈 테러리스트’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의 사하라파를 이끌면서 니제르와 말리로부터 무기를 밀매하고 투아레그족과 연계한 이슬람 투쟁에 나선 전력이 있으며 서구와의 협상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QIM 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나면서는 독자적인 무장 단체를 결성하여 알제리 가스전 인질극을 주도했다. 지난 3월 차드군이 벨목타르를 살해했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니제르 연쇄 테러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생존은 이제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AP통신을 비롯한 서방 언론과 알제리 언론 <El Waltan, Libert?>, 말리의 <Journal du Mali> 등이? 8월 22일 벨콕타르가 이집트 무슬림은 물론 말리를 비롯한 사하라와 서부아프리카 이슬람 단체, 특히 ‘서아프리카 지하드 통일운동’과 연계하여 과거 이슬람 제국인 알모라비드(Almoravide, 1040~1147) 왕조를 재건하겠다고 천명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은 이미 지난 1월 인 아메나스 인질 사태에서 AQIM과의 차별화를 시도했고, 최근 들어 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재개되고 있음을 알제리 일간지 <El Watan>(6월 28일)은 ‘아메나스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비밀스런 계획’이란 제목으로 이미 다룬 상태이다.

북아프리카 테러 집단의 조직적인 움직임은 그동안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는 듯이 보였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서로 상이한 목표를 갖고 움직여 왔다. 아래 도표에서 나타내고 있듯이 현재 사하라를 근거지로 활동하는 테러 집단은 크게 4개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들 단체는 최근 리비아 사태나 말리 사태를 통해 드러난 무장 세력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사하라의 베르베르족 일파인 음자브족과 투아레그족을 중심으로 사하라 전체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세속주의 정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아자와드 민족해방전선’(MNLA)를 제외하고는 대개 샤리아(Charia)에 근거한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주창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벨목타르가 새로 만든 이슬람 테러조직은 ‘알무라비툰’(Al-Mur?bit?n, Almoravide)이라 불린다. 그가 현재 새로 연계하여 만든 ‘알무라비툰’은 위 4개의 단체 중 ‘서아프리카 지하드 통일운동’(MUJAO)과 연합한 것이다. ‘알무라비툰’은 무엇보다 이집트의 쿠데타를 겨냥하며 무슬림 형제단을 축출한 세속주의 세력에 맞서고 이슬람과 무슬림에 적대적인 시온주의자들에 대항하기로 결정하였다. 동시에 말리에서 프랑스군 등의 외세를 배격하기 위해 무장 투쟁도 불사한다고 선언했다.

이념적으로는 알카에다의 노선을 추구하며 그들의 행동에 경의를 표하고 추종하면서 새로운 이슬람국가 건설을 최종 목표로 한다. 이와 같은 목적을 정하고 ‘지하드’를 통해 자신들이 숙명적으로 이를 추구할 수밖에 없음을 만천하에 공표하였다.

표면적으로 두 단체가 연합한 듯이 보이지만 이념까지를 포함하면 ‘알무라비툰’은 AQIM과 MUJAO, 벨목타르가 연합한 형태를 띤다. 과격 테러 단체 ‘안사르딘’의 입장이 어떤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이들의 연합체는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과 ‘알무라비툰’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이 베르베르인 국가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무라비툰’은 과거 베르베르족이 세운 이슬람 왕조로 북아프리카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북아프리카 베르베르족은 여러 부족들이 산재해 있어 현재 통일성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사하라를 주 무대로 하는 이들에게는 투아레그족을 생각할 수 있다. ‘알무라비툰’ 왕조는 모로코의 사하라에서 스페인, 그리고 알제리 북부를 지배했던 베르베르 무슬림 왕조였는데, 서아프리카로의 확장을 노리며 말리와 알제리에서 활동하는 MUJAO가 가장 적극적으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둘째, 벨목타르를 주목하면서 그의 출신지 가르다야(Gharda?a)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AQIM 내 권력 투쟁에서 밀려나서 독자적인 세력화를 이루려고 했던 벨목타르는 자신이 여전히 AQIM의 노선을 따르고 있음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지만 그의 출신지와 그가 믿는 종교적 특성을 보면 ‘알무라비툰’ 왕조를 꿈꾸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벨목타르의 출신지(가르다야)는 음자브(M’zab)지역이다. 사하라 북부지방의 계곡 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음자브지역의 종교적 관행은 수니파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북아프리카에서도 특이한 종교적 관행을 보인다. 이들이 믿는 종교적 관행은 과거 이슬람 정복 초기 거의 3세기 가량을 믿고 수용했던 카와리지(Khawarij)의 일파인 이바디즘(Al-ibadiya)이 주를 이룬다.

이슬람의 카와리지파란 어떤 것인가? 이슬람 최초 종파인 카와리지파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기 시작한 ‘와하비즘’ 이전부터? 혹은 ‘와하비즘’과 결합하여 이슬람 왕조가 부패하거나 타락할 때 ‘지하드’(성전)를 선언하고 이슬람 내부는 물론 타종교와의 투쟁에서 행동으로 맞섰다는 점에서 가장 근원적인 이슬람원리주의의 모태로 알려져 있다(진원숙『이슬람의 탄생』, 2008, 살림, 40쪽).

정통 칼리프 시대(632~661)에 행동으로 대항하여 평등과 민주주의, 그리고 혈통(시아파)도 협의(수니파)도 아닌 누구도 능력이 된다면 칼리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여, 이슬람 정복 초기 북아프리카에서 베르베르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슬람을 받아들인 북아프리카의 베르베르인들은 루스탐 왕조(761~909)를 건립하였고 금욕주의, 민주주의, 평등주의를 내세웠다. 북아프리카지역에 건설된 최초의 이슬람 왕조 이드리스 왕조(789~921) 또한 베르베르인들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건립된 왕조였고, 이후 13세기까지 여러 왕조들이 명멸하였다.

이후 카와리지파는 북아프리카에서 점차 설자리를 잃어갔지만 프랑스의 식민지배, 독립 후 내부의 권력 투쟁 과정, 서구와의 관계 등에서 투쟁적이고 행동적인 이슬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서는 듯한 양상을 보였다. 동시에 아랍과의 차별화도 시도하려는 베르베르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타락해 버린 이슬람교를 대신하여 순수하고 엄격한 이슬람교를 재확립할 것임을 행동으로 보이려고 한다.

현재 유일하게 음자브지역에 남아 있는 카와리지 일파인 이바디즘은 수니화된 북아프리카지역에서 독자적인 교의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암살 행위 같은 과격 행동은 금하며 중도적 온건 성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지역 내 아랍인들과 수시로 인종적/문화적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만의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면서 타자에 대해 배타성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벨목타르처럼 자신이 믿는 이바디즘과 AQIM 등의 테러 단체와 결합하면서 폭력적 성격을 띠는 세력들이 규합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게다가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리비아 등의 국가는 반외세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언제든 지하드를 내세운 신정 국가 건설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종교적 뿌리에서 그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

이번에 결성된 이슬람 테러조직 ‘알무라비툰’의 파급 효과가 어떻게 전개 될지는 불분명하다. 분명한 점은 이집트와 시리아에서와 같이 주변 이슬람 국가들의 정세 불안이 지속된다면 북아프리카에서 이들 활동이 점차 동력을 얻어갈 것이다. 게다가 사하라를 중심으로 한 지역적 불안은 이들의 활동을 더욱 부추길 개연성이 농후하다.

말리와 리비아, 알제리의 경우 서구와의 대립,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이슬람과 군부 간의 대립이 상존하고 있어 새로운 테러 집단은 북아프리카지역에 긴장감을 더해준다. 표면적으로 사하라를 중심으로 결성된 테러 집단이 주를 이루지만, 지중해 산악지대에서 빈번하는 테러 등도 새로운 이합집산을 가능케 한다. 그 중심에는 사하라의 투아레그족, 음자브족 등과 같은 베르베르인들이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이 믿는 이슬람조차도 중동의 이슬람과 차별화시키려 한다. 이슬람 테러조직 ‘알무라비툰’이 향후 어떤 활동을 할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들 테러 조직을 주도하는 지역과 인물이 베르베르인이며 북아프리카지역에서만 존재하는 특이한 이슬람 종파 출신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북아프리카 이슬람 테러 단체의 성격이나 추구하는 목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기대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강의전담교수>

*이 글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운영하는 신흥지역정보 종합지식포탈(EMERiCs)에서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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