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유혈극…”이집트군부 학살책임”
무르시 정권 붕괴후 지금까지 최소 200명 사망
이집트에서 27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서 그 진행 과정과 책임 소재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 국방장관이 ‘폭력과 테러에 맞설 권한을 달라’며 촉구한 군부 지지 집회에 수십만 명이 모인 다음 날 무르시 지지 진영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 군부는 의도적으로 “학살”을 저질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또 군경의 이번 진압이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최대 유혈 사태를 가져오면서 국제사회의 ‘무력 진압 중단’을 위한 압박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8일(현지시간)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전역에서 벌어진 군경과 무르시 지지 세력, 무르시 찬반 진영의 충돌로 최소 74명에서 최대 1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충돌은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 궁 앞에서 열린 ‘군부 지지’ ‘무르시·무슬림형제단 반대’를 기조로 한 대규모 집회에 수십만 명이 참가한 직후 이뤄진 것이다.
무슬림형제단이 무르시 축출 이후 지난 3일부터 군부 반대 시위를 벌여온 나스르시티 유혈 참사는 어둠이 짙게 깔린 27일 오전 2시께 시작됐다.
진압 경찰이 무르시 지지 세력의 집결지인 나스르시티 라바광장에서 약 500m 떨어진 나세르 거리로 진격하며 최루탄 가스를 발사했다.
나세르 거리에 농성 텐트를 설치한 시위대를 겨냥해 해산 작전에 나선 것이다.
나세르 거리는 군인들이 장갑차를 배치하고 철조망을 설치한 채 라바 광장 집회를 예의주시해 온 곳이다.
경찰의 발사가 본격화자 나세르 거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상자들은 응급차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현장에서 11살 소년이 목에 총상을 입고 숨진 모습도 목격됐다.
환자들이 이송된 병원 관계자는 사상자 대부분이 저격수에 의해 머리와 목, 가슴에 총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엄청난 수의 부상자로 의료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망자수는 엇갈린다.
관영 메나통신 등 친정부 성향의 언론은 경찰이 나스르시티의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65명이 숨지고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무르시 지지자들과 군부 옹호 세력이 충돌해 9명이 목숨을 잃는 등 지금까지 7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나스르시티에 발생한 411명을 포함해 792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은 나스르시티 사망자 120명을 포함해 전역에서 200명이 목숨을 잃었고 부상자는 4천5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부상자 다수는 실탄과 산탄, 최루탄 가스 흡입에 따른 것이라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경찰과 무슬림형제단은 책임을 상대방 측에 서로 떠넘겼다.
이집트 경찰 대변인 하니 압델 라티프는 “경찰은 최루탄만을 발사했다”며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라티프는 이어 “이슬람주의자 시위대가 주요 다리를 봉쇄하려고 하면서 폭력 사태를 먼저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국영TV는 시위대 참가자 1명이 군경을 향해 총격을 가하고 나서 뒤로 도망치는 듯한 장면을 내보내며 시위대의 과격함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반면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엘 하다드 대변인은 “시위대가 라바광장을 가득 채우면서 다리 위에도 시위대가 머물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경찰은 시위대를 다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목숨을 빼앗으려고 총격을 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군경의 강경 진압에 따른 유혈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일 카이로 국경수비대 앞에서 군부의 발포로 무르시 지지 시위 참가자 50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게다가 군부가 당시 새벽 기도시간을 틈 타 시위대에 발포한 내용이 국내외 언론에 공개되면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군 대변인은 그때도 “시위대가 먼저 수비대 본부를 습격했고 군은 국가기관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할 뿐 시위대의 사망 경위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집트 자유·세속주의 세력은 두 차례의 유혈 참사에 이렇다 할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군부를 겨냥해 직접적인 비판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무르시 집권 1년간 권력 독점에 신경을 쓰고 경제 악화, 치안 불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반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이집트 부통령은 나스르시티 참사 후 “과도한 폭력과 죽음을 규탄하며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정부와 무르시 지지세력 모두 강경한 태도를 보여 또 다른 충돌이 우려된다.
이집트 검찰총장 히샴 바라크트는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이집트에서 지난 3월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지금까지 최소 200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일간 알 아흐람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