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한국이 ASEAN에 가입한다면…
“차라리 한국이 아세안(ASEAN)에 가입하는 것은 어떨까?”
신윤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는 1일 서남포럼 191호 뉴스레터에서 “꽉 막힌 남북한관계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우리 처지가 하도 답답해 좀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세안이 경제적으로도 최빈국의 집결지라는 불명예를 뒤로하고 세계 최고의 성장 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른바 ‘전장에서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신 교수는 “아세안의 가장 돋보이는 성과는 동서냉전의 최전선으로 무수한 내전과 국제전의 참화를 겪었던 동남아가 안정과 평화의 지역으로 거듭 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유럽연합이 회원국들의 재정적자와 회원국들간 이견으로 진통과 내분을 겪고 있고, 동아시아가 지역협력은 고사하고 영토분쟁과 역사분쟁으로 난국을 맞고 있는 지금, 아세안이 2015년 ‘아세안공동체(ASEAN Community)’ 출범을 목표로 협력을?강화하고 있는 모습은 무척 대조적”이라며 “국제사회에서 약체로 평가되는 국가들이 모인 아세안이 아세안+1,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포럼(ARF), 확대아세안국방장관회의(ADMM+)등 이른바 ‘아세안이 주도하는(ASEAN-led)’ 지역협력 메커니즘을 다각적, 다층적으로 창출해 자신의 경제적, 안보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지략을 본다면, 아세안의 성공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세안이 창설된 1967년 이후, 10개국으로 확대된 1990년대 후반 이후에도, 최소한 회원국 간에 전쟁이나 대규모 무력충돌이 발생했던 경우는 없었다.
실제로 아세안은 캄보디아 평화정착을 중재하고, 미얀마의 민주화를 지원하였으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이 부족한 아세안 국가들이 역내 협력을 통해 이룬 경제적 성과는 미미하지만, 아세안이라는 하나의 기치아래 역외 선진국, 인접국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활용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아세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아세안은 조직이 지나치게 허약하고 회원국들을 구속하는 원칙과 규범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자카르타에 소재한 사무국은 국제기구의 본부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윤번제로 맡는 사무총장과 각국에서 파견하는 중견관리들로 구성된 사무국은 정상회의, 장관회의, 고위관료회의를 보조하고 그 결정내용을 집행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내정불간섭과 전원합의제가 그 핵심인 아세안의 원칙과 결정방식은 강도 높은 통합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
신 교수는 “아세안이 유럽연합과 종종 비교되기도 하지만, 정치통합의 단계로 접어든 선두주자와 아직 지역통합의 첫 단계인 공동시장도 창출하지 못한 아세안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 지구상에는 유럽연합을 포함하여 여러 지역협의체가 존재하지만 아세안만큼 회원국들 간에 내분과 갈등이 없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한편 “허약하고 의존적이라 국제질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역할을 담당하지 못한다고 보았던 아세안이고 보면, 현실주의, 이상주의, 기능주의, 구성주의 등 기존의 국제관계와 지역통합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설명하기도 쉽지가 않다”면서 “이제 아세안과 동남아의 국제관계도 좀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자들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