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협상 급물살 탈 듯

내달초 6차 협상 앞두고 상당한 추진력 확보

농산물·서비스 등 민감 분야는 ‘험로’ 예상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27일 경제통상협력 수준 제고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함에 따라 한창 진행 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국 상무부는 투자협력위원회 등을 계기로 통상장관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장급 실무위원회를 두기로 합의했다.

또한 한중 FTA 모델리티(Modality·기본지침)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해 다음 단계 협상에 진입하기로 했다.

이는 정례적인 통상협의 채널을 가동하는 동시에 FTA 협상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추진력을 담보하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높은 수준의 FTA를 조속히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주목된다.

한중 FTA가 1단계 협상을 끝내고 곧 2단계로 진입 가능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5차례 FTA 협상을 진행한 양국은 다음 달 2일부터 부산에서 제6차 협상을 벌인다. 이번 협상에서 통합 모델리티 문안이 나오고 가능한 분야부터 모델리티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2004년부터 민간 공동연구에 착수한 한중 FTA는 장기간 연구를 거쳐 2010년부터 양국 정부간 사전 실무협의를 시작했고 본 협상은 작년부터 본격화했다.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양국은 꾸준히 경제협력을 확대해 지난해 교역 규모가 2천억달러를 넘어섰다. 그만큼 FTA의 필요성도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협상에서는 양국의 민감한 관심사가 충돌하면서 적잖은 난항을 겪기도 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품목인 전자·반도체·자동차 등의 조기 관세 철폐를 요구하면서 금융·유통 서비스 시장 개방에도 적극적이다.

정부조달시장도 열고 비관세장벽을 완화하는 한편 지식재산권은 엄격히 따지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우리 투자기업의 중국내 지위를 보장받는 것도 FTA의 목표 중 하나다.

반면, 중국 측은 농수축산물과 경공업, 노동집약적 제품의 시장 개방에 더 적극적이다. 인력이동 개방과 함께 동식물검역절차의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자국에 대한 반덤핑 세이프가이드 해제도 요구사항이다.

관심·요구사항과 민감 품목 등에 비춰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양국은 지난 4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원산지와 통관절차에 대한 모델리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산업부 우태희 통상교섭실장은 “FTA 협상이 1, 2단계로 나눠 진행되는데 현재는 품목별 협상이 아니라 무엇을 담을지 바스켓의 기본 틀을 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측은 FTA 추진의 모멘텀(추진력)을 잃지 말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협상 수위가 2단계로 한 계단 뛰어올라 급속도로 진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최근 쑨위안장(孫元江) 중국 상무부 국제경제무역관계사 부사장은 박 대통령의 방중이 FTA 협상 진전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MOU에서 다음 단계 협상에 진입하기로 합의했다는 대목이 언급됨에 따라 6차 협상에서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쑨 부사장은 6차 협상에 수석대표로 참여한다.

하지만, 단순히 시장의 시각으로만 접근할 수 없는 농축수산물 문제라든지, 대규모 인력이동을 수반하는 서비스 시장 개방 문제는 단시간내에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함께 G2 쇼크로 불리는 중국의 금융 경색 등 최근의 경제환경이 협상 진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울러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아세안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의 진행 추이도 한중 FTA 협상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TPP, RCEP, 한중일 FTA 등 메가 FTA의 린치핀(linchpin, 핵심축) 역할을 하겠다는 통상 로드맵을 짜놓았다.

한편, 한중 양국은 이번 MOU를 통해 중국내 서부대개발, 동북 노후공업기지 진흥, 신형도시화 사업에 우리 기업이 적극 참여하도록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제3국에서의 공동수주, 인프라건설, 에너지자원개발 등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에너지절약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MOU도 눈길을 끈다. 중국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공동 추진하면서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도 교류하는 협력 채널을 만들었다.

이밖에 정보통신, 나노, 바이오 분야 첨단 산업기술과 에너지자원 응용기술의 협력 강화를 위한 장관급 협의체 신설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옥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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